[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 내정 불안이 증시의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했다. 기미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 불안정 상황은 정점을 향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쟁점은 연방정부에 단기 재정지출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한시적 지출안과 정부 부채한도 제한을 내년 말까지 유예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원의 표결 문턱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 법안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각) 하원에서 가결처리됐다. 문제는 상원 통과다. 이를 위해서는 100석으로 이뤄진 상원에서 6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의석의 절반을 점하고 있는 공화당은 단기 재정지출에는 찬성하지만 부채한도 유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해당 법안이 상원의 문턱에 걸릴 경우 미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연방정부 셧다운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재무부의 특별조치를 통해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연방정부는 정부 부채 유예가 불발되면 더 이상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진다. 이런 추세라면 연방정부의 재원은 다음 달 중 소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과 보육·의료 인프라 확충울 위한 3조5000억 달러의 지출안을 놓고 벌어지는 민주당 내분도 미 정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두 개 법안의 이번 주 내 통과를 희망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의 우선순위를 놓고 내분이 일고 있다. 당내 진보파는 3조5000억 달러 법안을, 온건파는 1조 달러 법안을 먼저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2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주 안에 1조 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법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지에 대해서조차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헝다그룹의 파산설도 증시 분위기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헝다는 지난 23일 예고 없이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헝다가 이날 지불하지 못한 이자는 8353만 달러(약 982억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헝다는 오는 29일에도 4000억 달러 이상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이자액수는 7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헝다의 위기는 중국 공산당의 의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만큼 기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국 통화 당국의 움직임도 여전히 눈을 뗄 수 없는 요소로 남아 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남은 문제는 금리 인상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그 시점이 언제일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먼저 눈길을 둘 일은 28일 있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회 출석이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이 코로나19 사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내놓을지가 구체적 관심사다. 몇몇 연준 위원들은 지난 21~22일의 통화정책 회의 이후 매파적 발언들을 함으로써 증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이번 주 증시에 영향을 미칠 기타 변수로는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확정치 발표(30일),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및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이상 다음달 1일) 등이 있다.

한편 27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3.54포인트(0.11%) 내린 3121.70으로 출발했으나 등락 끝에 전 거래일보다 8.40포인트(0.27%) 오른 3133.64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408억원, 88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3397억원을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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