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여전히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저는 ‘슬픈 전망’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주식시장에 강세장이 찾아올 것이지만 그 전망이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감성 애널리스트가 있다. 강세장으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은 신종 코로나19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의 심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결국 대다수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 질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다비드 푸르체리 국제통화기금 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과거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도 항상 시간이 지날수록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61년부터 2017년까지 175개국에서 팬데믹 여부에 따른 지니계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팬데믹이 발생하고 5년이 지난 후 지니계수가 1.25% 추가 상승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강세장이어서 슬프다는 다소 역설적인(?) 전망의 유튜브 영상은 시청자들의 따뜻한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이제부터 조금이라도 기부를 하겠다”, “주식 방송을 보다가 눈물을 흘린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시청자들의 마음에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킨 주인공은 지난해 2월 SK증권 자산전략팀장에 오른 이효석 애널리스트다. 포항공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기업은행 프롭데스크(Proprietary trading desk:자기자본거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약 7년간 주식운용과 이코노미스트 생활을 했고, 2013년에는 가장 높은 성과를 낸 트레이더에게 주는 ‘올해의 딜러상’을 수상했다. 2014년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로 옮겨 주식운용 리서치 업무를 담당했고, 2015년에는 포브스코리아 선정 ‘한국의 젊은 파워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교보악사자산운용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로 근무했다. 또 지난해 10월 코스피가 2300선에서 횡보장에 진입했을 때, 강세장이 온다고 가장 강하게 전망한 애널리스트 중 한명이기도 하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 [사진 = SK증권 제공]

◇ 대투자 시대, 이효석 애널리스트에게 길을 묻다

이제 바야흐로 1000만 주식투자자 시대다. 1%대 저금리 시대에 월급과 예·적금만으론 살기가 녹록하지 않은 가운데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을 탈출해 3000을 돌파했고, 부동산 등 수많은 자산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이로써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벼락거지가 됐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감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투자를 시작했지만, 주린이(주식 + 어린이)들에게 시장은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투자자 20만4004명의 투자 형태와 성과를 분석한 결과, 작년 신규 투자자의 60%는 수익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실로 주식투자의 우울한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유튜브에는 주식투자 열풍과 함께 각종 경제관련 콘텐츠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고, ‘삼프로TV’, ‘슈카월드’ 등 경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수많은 채널 중 주린이들의 아카데미를 자처하는 채널이 있다. 바로 ‘이효석 아카데미’다.

채널 이름이 ‘아카데미’이기 때문일까? 그의 교육에 대한 열망은 애널리스트보단 ‘교육자’에 더 가까워 보인다. 실제 채널에 올라온 콘텐츠들은 대학교에 ‘주식투자학과’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콘텐츠들이 기초부터 심화까지 즐비하다. 또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식 개념부터 최근 기술 동향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가히 동학개미들 사이에서 선생님이라고 불릴 만하다.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지고 있는 지난 27일 ‘동학개미들의 선생님’ 이효석 애널리스트를 여의도 SK증권 본사 1층 카페에서 만나 주식 투자 공부에 대해 물었다.

- 먼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 실제 현실에서 제한된 소통 방법이 다소 아쉽게 다가왔다. 지난해 2월 SK증권 애널리스트로 첫 출근 했고, 3월에 첫 보고서가 나왔다. 곧바로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컨퍼런스콜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우울한 상황이었다. 판서와 같이 필기한 것을 보여주며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생각에 주변에 의견을 구하자 유튜브를 권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에게 시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주고 싶기도 했다. 특히 매크로(금리, 환율 등 경제지표를 투자에 활용하는 것)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부분이 많은데, 이를 좀 더 재미있고 쉽게 설명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마지막으로 저 자신도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에 과감히 시작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전달할 때 가장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그는 1979년생 답지 않게 첫 인상은 마치 사회 초년생처럼 앳되어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자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회사에 암묵적 동의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겸직으로 인정해 준 덕에 지금까지 유튜브 채널을 유지할 수 있었다.”

- 유튜브 하면서 주변 반감이 있다고 들었다. 계속하는 이유는?

■ 공짜로 지식을 푸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서비스다. 하지만 기존 애널리스트들이 제작한 콘텐츠(보고서)의 소비층 증가는 곧 소비자들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묵묵히 길을 가고 있다.

그가 유튜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생각이 많아지는 듯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개인투자자들의 금융 지식 업그레이드, 이런 의미인가?

■ 굳이 비유 하자면 금융 지식의 업그레이드보다는 민주화에 가깝다. 더 많은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가 하는 일은 여러 일이 있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고 리서치 자료를 만들고 유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단지 만들고 그냥 알아서 ‘볼 수 있는 사람 보세요!’라고 하는 게 아니고 이걸 떠먹여주는 것이다. 억지로라도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예요’, 쉽게 설명해 드려야 더 많은 사람이 보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과정에서도 부가가치가 만들어지지만 어떻게 유통하느냐에 따라서도 부가가치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100만큼의 가치가 있는 콘텐츠가 있다고 치자. 이것을 10명이 봤으면 1000인데 이걸 1만 명이 볼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건 분명히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되는 소중한 정보인데 기존에는 그렇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게 만들어주니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미지 = 이효석 아카데미 재생목록 캡처]
[이미지 = 이효석 아카데미 재생목록 캡처]

- 유튜브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는?

■ 한마디로 표현하면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진정한 승리로 이어지는 데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또 투자하는 데 있어 그냥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고, 그래서 훈련도 필요하고 지식도 필요하고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걸 알리고 싶다. 투자 자체의 중요성에 대한 공유라고 보면 될 것 같다.

- 진정한 승리라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의 주권참여, 이런 것들을 통해 국내 증시의 투자환경이 바뀔 수 있다. 아시다시피 국내 주식시장이 해외증시에 비해 할인을 받는 요인들이 있다. 그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기업 지배구조다. 주식은 회사를 쪼개 가격을 정하는 것인데 지배구조가 좋으면 좋을수록 이 가치를 정확하게 쪼갠 것만큼 갖게 된다. 그런데 지배 구조가 불안정하거나 주주가치가 잘 지켜지지 않으면 가치가 그만큼 할인되는데 이게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도마에 오른 기업 물적 분할이 주주권을 해친다거나 하는 얘기들도 다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소액주주가 아닌 기존 오너들에게만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고,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그걸 막으려면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들에게 똑바로 하라고 주문해야 한다. 그걸 누가 할 수 있느냐? 동학개미는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한 기업의 주인이 돼 그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나도 같이 공유하겠다는 것이 투자의 기본 원칙이다. 단순히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행위는 그냥 주가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할 뿐, 아무 의미가 없다. 기업 주인이 되는 투자 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국내 주가 할인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참여 증가가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까?

■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필요하다.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결국 더 많은 사람이 하게 될 거다. 지금은 투자를 안 하면 안 되는 세상이다. 우리가 기존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이제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세상으로 왔기 때문이다. 안전하다고 여겨왔던 것이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 이런 부분이 되게 많아졌다.

개인투자자들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의 얼굴에 안타까움과 함께 진정성이 가득했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씁쓸함이 드러났다.

- 안전하게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라면?

■ 예를 들어 제일 안전한 것은 은행 예금인데 은행에 넣어놓은 예금이 실질적인 나의 자산을 갉아 먹고 있다고 한다면 이건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까닭이다. 가령 내가 은행에 지금 1천만 원을 넣어놓고 이율이 1프로라고 가정하고 물가가 5%씩 올라가 버리면 원금을 잃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인 구매력은 낮아진 것이다. 여기서는 구매력이 낮아졌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투자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내가 똑같은 돈을 갖고 어디에 저장해 놓느냐에 따라 구매력이 유지되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구매력이 낮아지면 돈을 잃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주변 동료들이랑 엇비슷한 연봉을 받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예금에만 넣어 둔 사람하고, 뭐라도 사갖고 뭔가 자산 가치가 상승해 그것을 누린 사람과 구매력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나곤 한다. 이 때문에 적어도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구매력을 지킬 가능성이 0인 우울한 현실이다.

- 그렇다면 주식투자 공부의 본질은?

■ 투자라는 것은 의사결정의 합이다. 다시 말해 투자는 의사결정들이 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사결정이 잘 된 것이 있을 것이고 안 된 것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잘 된 의사결정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잘하는 걸 1%라도 올리는 거 그게 공부다.

또 투자는 인간 본성에 거스르는 행동을 계속해야 한다. 투자는 탐욕과 공포 사이를 오가는 끊임없는 싸움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더 많이 빠질 것 같을 때에는 용기를 내야 하는 거고 엄청 더 주가가 오를 것 같을 때에는 참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기려면 직접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 본성에 따라 주식을 사고팔고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훈련한 사람들이 안 한 사람보다 더 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효석 애널리스트의 저서 '나는 당신이 주식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 이효석 아카데미 캡처]
이효석 애널리스트의 저서 '나는 당신이 주식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 이효석 아카데미 캡처]

-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마켓타이밍을 맞추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 같은데,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투자방법은?

마켓타이밍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많은 투자자가 마켓타이밍을 맞추려고 하는데, 저는 이게 틀린 방식이라고 여긴다. 확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오를 확률이 높으면 오르는 것에 베팅하고, 내릴 것 같으면 내릴 확률에 베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확률적인 접근 방법이 바로 분할매수 분할매도다. 뭔가 사고팔고 할 때 내가 정확한 타이밍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나눠서 사고 나눠서 파는 걸 통해서 확률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다.

그가 ‘시장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사뭇 진지해 보였다.

- 장기투자, 단기투자 중 어떤 걸 더 추천하나?

투자 기간 자체는 의미 없다. 예를 들어 한 회사를 3년 들고 가려고 투자 했는데 3개월 만에 목표 수익률이 됐다. 그럼 이건 팔아야한다. 미리 이건 장기 투자할 거야라고 하는 게 아니고 트레이더가 될 게 아니라면 모든 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다.

- 투자 실패 경험이 있나?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 기관 투자자이기에 구체적인 종목을 말해줄 순 없지만 투자 실패 경험 많다.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럴 때는 투자를 잠깐 쉬라고 말씀드린다. 쉬면서 투자 비중을 줄이다 보면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틀렸는데 끝까지 고집을 하다 보면 더 안 좋은 의사결정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낙관편향’이 있다고 말했는데 팁이 있다면?

■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기업 보고서 중 실적 추정을 가장 보수적으로 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보는 것이다. 그걸 보고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사는 식이다.

- 마지막으로 주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조언을 감히 해드리자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되게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주가가 막 올라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본인의 투자 근육을 단단하게 하는 데 정말 집중해야 한다. 기회는 분명히 온다. 올해 안 오면 내년에 오고 내년에 안 오면 내후년에 온다. 근데 그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근육이 있어야 한다. 근육이 없으면 그때를 놓치는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지금 20·30대라면 투자를 10년 20년 할 게 아니다. 투자를 30년 이상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내가 일을 하면서 30년 동안 투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려면 조급하면 절대 안 된다.

‘이기'가 아닌 ‘선의’에서 시작한 이효석 애널리스트의 인터뷰.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선순환이 되길 진정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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