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국내에 세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했다. 2017년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범한 K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새로운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5일 영업을 개시하면서 금융시장에서의 서비스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토스뱅크의 첫 영업은 사전신청 참여 고객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10일부터 사전 신청을 한 고객들에 한해 여·수신 상품 판매와 체크카드 발급 등 서비스를 이날부터 시작했다. 사전 신청에는 1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사전 신청자들은 참여 순서에 따라 알림 메시지를 받은 뒤 소정의 가입 절차를 거쳐 통장 개설 및 신용대출 조회·실행, 체크카드 발급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토스뱅크는 별도의 은행앱을 만들지 않고 기존의 토스앱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인터넷은행 출범 전 토스뱅크의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토스앱 이용자들은 전화번호만 안 상대가 토스로 송금한 돈을 계좌이체하는 방식으로 인출하는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토스앱 이용자들은 금융사들의 여러 상품들에 대한 비교 서비스를 이용하는 혜택도 누려왔다.

대신 앱 운영자는 이를 통해 토스뱅크 예비 고객들을 확보해왔다. 동시에 다량의 고객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토스에는 전 금융권에서 대출을 신청하고 심사를 받은 고객 데이터가 쌓여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앱에 쌓여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중·저신용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토스뱅크는 영업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은행으로서 이미 자리를 굳힌 경쟁업체들을 의식한 듯 ‘새로운 은행’이란 점을 강조했다. 홍민택 대표는 “모두가 모바일로 은행을 이용하고 있지만 지금도 은행상품은 30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할 ‘새로운 은행’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토스뱅크가 공개한 금융상품들에서는 새로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토스뱅크가 금융상품을 소개하면서 특히 강조한 점은 ‘서비스 상품의 단순화를 통한 폭넓은 고객의 포용’이었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토스뱅크에는 딱 하나씩의 상품이 있다”며 그 각각의 하나가 수신·여신·카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고객들은 어떤 상품을 택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고 이 과정에서 모든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백화점식으로 복잡하게 나열돼 있던 금융상품을 고객 편의를 위해 단순화시켰다는 것이었다. 토스뱅크는 또 자사 고객들은 금리인하 및 한도 증액 신청을 하지 않아도 조건이 된다는 점과 그 가능성 등을 미리 통지받게 된다고 밝혔다.

토스뱅크가 소개한 상품 중 하나는 수시입출금 통장인 ‘토스뱅크 통장’이었다. 이 상품이 곧 홍 대표가 소개한 딱 하나의 수신상품이다. 예·적금 구분을 없앤 이 통장을 이용함으로써 고객들은 만기나 최소납입금 등의 조건과 무관하게 연 2%의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 이자는 돈을 예치한 날부터 계산해 매달 지급된다.

고객들은 이 상품 하나를 통해 ‘나눠서 보관하기’와 ‘잔돈 모으기’, ‘목돈 모으기’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기능들은 고객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켜고 끌 수 있다.

여신상품인 ‘토스뱅크 신용대출’에는 연 최저 금리 2.76%가 적용된다. 최고금리는 연 15.00%다. 금리 상·하한 폭이 비교적 크게 설정됐다고 볼 수 있다. 토스뱅크는 ‘토스뱅크 신용대출’이 단 하나의 신용대출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로써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전용 상품 구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토스뱅크는 이를 통해 다양한 신용도의 모든 고객에게 공정한 신용평가를 통한 합리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각자에 맞는 합리적 금리와 대출한도를 정해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하나의 신용대출 상품을 통해 중·저신용자를 포함해 폭넓은 고객을 포용함으로써 은행 문턱을 낮췄다”는 취지를 밝혔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사진 = 토스뱅크 제공]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사진 = 토스뱅크 제공]

토스뱅크는 이날부터 위의 여·수신 상품들 외에 ‘토스뱅크 체크카드’ 가입도 받기 시작했다. 이 카드는 전월 실적 등과 무관하게 시중은행 최고수준의 혜택을 보장한다고 토스뱅크는 밝혔다. 이 카드 이용자들은 커피점과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택시, 기타 대중교통 등 생활밀착형 범주 안에서 결제를 할 경우 매달 최대 4만6500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 온·오프라인 결제를 하는 고객에겐 사용액의 3%를 캐시백으로 돌려준다.

대출상품의 경우 올해엔 일단 신용대출 판매에 집중하되 내년 이후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의 상품을 개발해나가기로 했다.

그에 앞서 토스뱅크에는 먼저 달성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당면 과제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 확대다. 토스뱅크는 이미 금융당국과 이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 설정된 목표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말까지 34.9%로 끌어올리고 그 수치를 내년 말엔 42%, 내후년 말엔 44%로 더 높인다는 것이다.

사실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 확대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을 상대로 인터넷은행들이 틈새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상생효과를 거둬주길 바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존의 인터넷은행들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주요 쟁점은 낮은 금리 혜택의 대부분이 고신용 고객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기대보다 낮다는 점 등이었다.

이로 인해 인터넷은행들은 단지 금융편의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본과 인력 등에서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비판은 인터넷은행들의 존재 이유와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져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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