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벼슬인 사람들

나이 든 사람들 모두에 대해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남자 노인들이 매장에 들어오면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의식하지 않고 마구 떠들거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는 노인들일 경우 대응이 껄끄럽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 한다”고 말하면 대체로 반응이 곱지 못했다. 심지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노인들도 있었다. 소수이지만 그야말로 ‘나이가 벼슬’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젊은 손님들은 노인들이 지나치게 큰 소리로 떠들 경우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를 옮기는 게 일반적이다. 매장에 들어서다 말고 되돌아나가는 예도 종종 있었다.

어린 알바 여학생에게 옆자리에 앉으라거나, 오징어·한치 따위를 주문한 뒤 그것들을 찢어 달라고 요구하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더 많은 예는 종업원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었다. 사장이 나서서 “담배 심부름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해도 막무가내인 경우도 있었다. 참고로, 술집에서 담배 심부름을 해주면 담배를 판매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전매품인 담배는 아무나 팔 수 없다. 담배 심부름은 절대 안 될 일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언젠가는 한 노인이 마시다 남은 생맥주를 키핑해달라고 요구해 실소를 한 일도 있었다. 남은 생맥주를 싸달라는 사람에게는 1000cc 짜리 일회용 맥주용기에 담아 내줄 수 있다. 실제로 호프집에선 마시다 남은 생맥주를 포장해달라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런 고객에겐 추가요금 없이 준비된 포장용기에 생맥주를 담아 내어주었다. 하지만 마시다 남은 맥주를 키핑해 달라는 데는 도무지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중년의 불륜 커플들

나이든 불륜 커플들도 주점 주인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손님들이다. 사람 따라 다를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런 손님이 들어오면 매상을 아무리 올려주어도 불쾌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이런 커플들은 장기간 단골이 되어주지도 않는다. 아마도 지인들의 눈을 피해 여기저기 주점을 바꿔가며 만남을 갖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점을 하다 보면 중년 이상의 불륜들을 의외로 많이 만나게 된다. 주말 저녁 등산 배낭을 메고 오거나 새벽 시간대에 노래방을 거쳐 오는 나이든 사람들 중에 이런 커플이 많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일단 구석진 자리에 앉기를 좋아한다. 또 자리에 앉을 때 마주보고 앉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나란히 앉기를 선호한다. 이들이 나간 다음 청소를 할 때 의자 밑에서 여성용 귀걸이를 발견한 일도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떤 순간 애정표현이 도를 넘는다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어린 알바생들 보기가 민망해진다. 이런 커플들은 다른 손님들에게도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부류다. 이들은 가게 분위기를 해치는 주범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젊은 커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중이용시설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나이든 불륜 커플들의 애정 표현은 젊은 커플들의 그 것보다 훨씬 더 볼썽사납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노골적이고 과도한 애정 표현이 거듭될 땐 자제를 요청하곤 했다. 심한 경우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말로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이런 부류의 중년 커플을 주점 밖으로 몰아내기도 했다.

정리 = 박해옥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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