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는 장사를 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테이블 단가와 객단가이다. 테이블 단가는 테이블당 평균 매상을 말하고 객단가는 고객 한명당 평균 매상을 가리킨다. 이 두 가지는 점포 위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참고로 삼아야 할 요소다. 어떤 유형의 손님이 주고객이 되느냐에 따라 테이블 단가와 객단가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매출실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매상 면에서 최고의 고객을 꼽는다면 그들은 단연 여성으로 구성된 단체손님들이다. 장삿속이 밝기로 유명한 유대인들이 장사의 기본 요소로 삼은 것이 ‘여자와 입’이라 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와 먹는 입과 관련된 장사는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그들 장사철학의 기본이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게 100% 유효한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여자’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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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여성들로만 구성된 단체손님들은 테이블 단가와 객단가를 함께 올려주는 가장 확실한 고객군(群)이다. 여성으로 구성된 단체손님들의 특징은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으면서도 안주를 여러 가지로 많이 주문해 먹는다는데 있다. 특히 이른 저녁 식전(食前) 시간에 들어온 여성 단체손님이라면 점주로서는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나도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많이 가져 봤지만 여성들이 자기들끼리만 있을 때 그렇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지는 몰랐다. 주점을 운영하면서 새삼 놀란 것이 여성들의 왕성한 식욕이었다.

남녀가 혼재된 젊은 그룹의 단체손님도 테이블 단가를 올리는데 적지 않게 기여한다. 이들은 술도 많이 마시고 안주도 많이 주문해서 먹는 특징을 지닌다. 다만, 젊은 혼성 그룹은 대체로 시끄럽고 테이블을 지저분하게 만든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학생그룹의 경우 간혹 홀이나 화장실 등에 음식물을 토해놓는 경우도 있다. 아직 음주에 익숙해지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에 과음을 하는데 따른 결과인 듯하다. 술집에서 주객들이 토하는 일은 항다반사이지만 다급한 김에 테이블을 구토물로 범벅을 만들어 놓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성 단체와 젊은 그룹은 공통적으로 더치페이를 즐겨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탓에 개개인별 술값 부담이 적어서인지 이들은 술값이 커지는 것에 신경을 덜 쓰는 것 같다.

매상 면에서 최악의 손님은 젊은 커플이다. 이들은 술을 1인당 생맥주 한 잔, 또는 소주 반 병 정도로 끝낼 뿐 아니라 안주 주문도 최소한으로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나마 안주를 남기기 일쑤다. 여성은 여성대로, 남성은 남성대로 먹는 것을 자제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이들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장시간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밤늦게 들어오면 문 닫는 시간까지 앉아서 시간을 죽이는 일이 흔하다. 여성으로 구성된 단체나 젊은 그룹이 ‘먹거나 마시기 위해’ 주점을 찾는 것과 달리 커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술집에 오기 때문인 듯하다. 이런 커플들도 비수기이거나 테이블이 여기저기 비어 있을 때라면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붐비는 시간대에 이런 커플이 들어와 장시간 자리를 점유하고 있으면 점주는 속이 타게 마련이다. 특히 단 둘이서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점주의 스트레스는 더 커지게 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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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커플들은 자리를 고르는데 있어서도 까다로움을 드러낸다. 모르는 이들은 설마 그럴까 하겠지만 단 두 명이 들어와 단체석을 차지하는 예도 적지 않다. 아마도 옆자리에 다른 손님들이 앉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인 듯 보인다. 이런 손님이 단체석을 장시간 차지하고 앉아 있는 바람에 정작 넓은 자리가 필요한 단체손님을 못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유의 커플은 자리를 옮겨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젊은 커플들이 주고객인 장소에 점포를 얻으려면 테이블 단가와 객단가가 비교적 낮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테이블 배치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아예 2인용 테이블을 다수 마련하거나 젊은 커플들이 선호할만한 위치엔 큰 테이블을 처음부터 배치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책이 될 것이다.

가장 무난한 손님들은 젊은 직장인들이다. 이들은 법인카드로 술값을 결제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설사 개인 신용카드로 결제하더라도 더치페이를 하지 않고 한 사람이 술값을 모두 지불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들은 대개 새벽 늦게까지, 또는 영업마감 시간까지 길게 앉아 있지도 않는다. 다음날 출근에 대한 부담이 그 원인일 것이다. 필자 역시 직장생활을 할 때는 그랬으니까…. 젊은 직장인 손님들은 테이블 회전수를 늘려 주는데 적지 않게 기여하는 부류로 꼽힌다.

정리 = 박해옥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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