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

호프집의 최대 악재는 추위다. 그 다음 악재가 비다. 비가 오는 날이면 호프집 매상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런 날은 고깃집과 전집이 붐빈다.

반면 무더위는 호프집 주인에겐 반가운 호재다. 무더위가 길게 이어지는 것이 마냥 고마울 수밖에 없다. 특히 더우면서 습도가 높은 날씨가 호프집엔 최고 호재다. 호프집에서 일매출 최고기록이 경신되는 시기도 이 때다. 그러나 한 여름일지라도 비가 오는 날엔 매출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휴식을 위해, 또는 여가 활용을 위해 휴무일을 정하려면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해서 날짜를 정해야 매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술과 안주도 날씨에 따라 주문량이 각각 달라진다. 무더위 속엔 맥주와 과일, 샐러드 종류가 잘 나가고 한겨울 추위에는 탕 종류와 소주가 잘 팔린다. 그러므로 호프집을 운영하려면 겨울철에 대비, 소주를 찾는 손님을 겨냥한 안주를 때 맞춰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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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매출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수년간 같은 장사를 한 사람도 하루하루 매출을 점치기 어렵다고들 한다. 특히나 요즘 같은 불황기엔 더욱 그렇다. 불황기가 아니더라도 손님이 드는 속은 정말 알기가 어렵다. 한 주 내내 손님으로 북적이던 가게가 그 다음 주 내내 텅 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평일 매출이 일요일보다 적은 날도 비일비재하다. 꼭 비가 와서도 아니고 날이 추워서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하나의 골목상권 전체가 반드시 동일한 매출 추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우리 가게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손님이 뜸한 날 이웃 경쟁업소엔 손님이 종일 북적이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인 상황도 발생한다. 종일 파리만 날렸는데 그 다음 날엔 의외로 손님이 끝없이 밀려들기도 한다.

대체로 흐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요일보다는 주중 휴일에 손님이 더 많고, 주중 휴일보다는 평일에 손님이 더 많다. 평일 중에서도 주 초반보다는 목, 금 등 주 후반이 더 붐빈다. 주중에 휴일이 끼어 있을 땐 그 하루 전에 손님이 붐비는 게 보통이다. 이 땐 평소 금요일보다 붐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그 같은 흐름이 자로 잰 듯 정확하다는 것은 아니다. 장사를 하다가 가장 실망을 느끼는 때는 붐비리라 예상했던 날 파리를 날리는 경우다. 이런 날은 잔뜩 준비해 놓은 식자재가 그대로 남아 버려지는 일도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런 일도 있었다. 대한(大寒) 추위에 가게의 하수구가 얼어붙었다. 장기간 이어지던 혹한 속에서 상수도 동파를 막기 위해 수돗물을 조금 틀어놓고 퇴근한 게 화근이었다. 출근해 보니 바깥으로 노출된 하수관 부분이 꽁꽁 얼어 물이 빠지지 않았다. 난감했다. 결국 이웃 식당에서 물통을 있는 대로 빌려온 뒤 하수를 퍼 담아 좌변기에 버려가며 영업을 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웬 손님이 그렇게도 많은지…. 그날 우리 가게는 혹한 속에 2회전 정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한여름 평일 수준의 회전수다. 반면, 그 해 최저기록은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9월 중순께에 기록됐다. 터무니없는 일 같지만 사실이 그랬다. 굳이 분석하자면, 아마도 추석을 앞두고 목돈 지출에 대비해 사람들이 지갑을 닫은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이처럼 일 매출은 들쑥날쑥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일 매출 최고와 최저 기록을 살펴보면 이 말이 실감될 수 있다. 내가 40평이 조금 안 되는 매장에서 프랜차이즈 호프집을 창업해 운영하면서 기록한 최고 일 매출은 130만원 정도였다. 반면 최저기록은 12만여원이었다. 한 팀이 30만원 넘게 매상을 올려주는 일도 종종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기록은 어이없는 수치다. 최저기록이 이뤄진 때는 설연휴 기간이었다. 기가 막힐 일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알바생 임금과 전기요금 등을 감안하면 이런 날은 차라리 쉬는 게 더 이익이 크다. 하지만 매출을 예상하는 일이 어렵고,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가게는 늘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은 장사를 하려면 싫어도 견뎌내야 할 일이다.

일매출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속병이 나기 쉽다. 장사를 하려면 보다 큰 시야로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월 단위 매출을 보면 일 매출보다는 굴곡이 덜 하고, 연매출로 시야를 넓히면 그 흐름은 보다 더 예상치에 가까워진다.

정리 = 박해옥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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