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했듯이 호프집의 비수기는 한겨울인 1~2월이다. 최고 성수기라 할 7~8월에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매출이 떨어지다 추석이 지나면서 혹독한 시기를 맞게 된다.

최악의 달은 단연 2월이다. 직원 월급, 월세, 세무사 기장료, 전기·가스 요금 등 월별로 고정돼 있거나 거의 변하지 않는 비용은 고스란히 한달치를 다 지불해야 하는 반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날짜 수는 길어야 29일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혹한기라서 일 매출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때다. 자녀가 있는 주당들이라면 학자금 마련에 등골이 휘는 시기라서 지갑을 단단히 닫는 관계로 술 마시는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달이기도 하다.

그뿐이 아니다. 2월은 대개 설 연휴를 끼고 있어 월 매출 실적이 최악이 될 수밖에 없다. 설 연휴를 전후해서는 추석 연휴 때 이상으로 매상이 끝간데 없이 추락하곤 한다. 그야말로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춘 달이 2월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나는 가게를 연 뒤 처음 맞은 2월에 적자를 기록했다. 장사 시작 후 처음이었다. 글로벌 불황이 지구촌을 덮친 때라 어려움이 더 심했던 것 같다. 1년 기준으로 볼 때 호프집은 호황기가 짧은 반면 불황기는 길다. 그러므로 호프집을 창업할 때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사원, 또는 점포 양도자의 말만 믿고 한여름에 덥석 점포 인수계약을 하는 일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 그들이 한여름 매출을 마치 월평균 매출인양 포장할 개연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면, 호프집의 한겨울 매출은 한여름 성수기 매출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매장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그랬다.

한여름에도 반짝 불황이 닥칠 수 있다.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해가 그에 해당한다. 이 때는 올림픽 열기와 휴가지로의 러시 현상이 동시에 일어난다. 호프집 사장들로서는 겹악재를 만나는 셈이다.

겨울이든 여름이든 불황에 대비하는 방법은 경비 절감 외엔 없다.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여야 한다. 필자의 경우 홀의 인테리어 조명등 60w 5개와 출입 통로의 조명등 30w 10여개를 모두 11w 등으로 바꾸었다. 그랬더니 오히려 은은한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손님들이 더 좋아했다. 실내 천장에 부착된 50여개의 할로겐등과 LED등은 손댈 수 없었지만 이 정도를 바꾼 것만으로도 절전 효과는 제법 있었던 것 같다.

난방기도 최소한으로 가동했다. 여름철 냉방기 가동 때보다는 덜 하지만 겨울철 난방기도 함부로 가동했다간 전기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이런 노력 탓에 처음 맞는 12월 경에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보니 한달치 요금이 한여름의 100만원 남짓에서 절반 정도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경비를 줄이는데 있어서 가장 크게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인건비 절감이다. 유의할 점은 인건비 절감을 시도하되 선제적으로, 과감히 실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추석을 지나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엔 망설임 없이 가게 운영 인원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현명하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근무 인력을 대폭 줄였다가 갑자기 손님이 밀어닥치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망설이다가는 일순간에 월별 수지 적자라는 독침을 맞기 십상이다.

경험에 비춰볼 때, 요즘 같은 불황기엔 비수기의 인원 축소 규모를 여름 절정기의 절반 선으로 정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 정도로 과감하게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홀 서빙 인원이 여름에 4명이었다면 2명으로, 3명이었다면 1.5명으로 줄이는 게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홀 서빙 인원 1.5명은 풀타임 근무자 1명과 피크타임 근무자 1명을 지칭한 것이다. 내 가게에서 풀타임 근무자는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피크타임 근무자는 호프집 특성을 감안해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근무하는 사람이었다.

인원을 대폭 줄인 데는 동절기 특성상 손님이 늦게 들고 일찍 끊긴다는 점도 작용했다.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손님의 절대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주당들의 음주 시간대도 짧아지는 게 보통이다. 하루 중 가장 손님이 많은 시간대를 꼭 집어 말하자면 밤 9~10시경이다. 이 순간을 제외하면 가을 및 겨울철 호프집에서 만석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 할 수 있다. 장사가 썩 잘 되는 지역이 아니라면 대체로 그렇다는 뜻이다.

정리 = 박해옥 편집인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