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소비자물가가 상승행진을 거듭하더니 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엔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하기는 2012년 2월(3.0%) 이후 처음이다. 정확한 기간으로는 9년 8개월 만의 일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15년 = 100)는 1년 전보다 3.2% 상승한 108.97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1월의 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로써 국내 소비자물가는 7개월 연속 2%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게 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2.3% 상승률을 기록한 뒤 9월까지 2%대 상승행진을 이어갔다. 5~9월의 월별 상승률은 2.6%→2.4%→2.6%→2.6%→2.5% 등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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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상품과 서비스 모두에서 고르게 높았다. 부문별 기여도는 상품 쪽이 1.45%, 서비스 쪽이 1.73%였다.

상품 중에서는 공업제품의 상승률이 특히 돋보였다.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에 비해 4.3%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물가지수를 1.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공업제품의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석유류로 1년 전 대비 상승률이 27.3%에 이르렀다. 그 결과 석유류 하나로만 10월 물가가 1.03%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났다.

석유류의 세부 상승률은 휘발유 26.5%, 경유 30.7%, 자동차용 LPG 27.2% 등이었다. 석유류 전체의 상승률은 2008년 8월(27.8%)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가 그 원인이다.

공업제품군 중 빵을 비롯한 가공식품 가격도 3.1%나 상승해 10월 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반면 전기·수도·가스는 1.1% 상승률에 그쳐 상품 가격 상승률을 일정 정도 낮추는 작용을 했다.

축산물도 13.3%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10월 물가지수가 상승하는데 0.34%포인트 기여했다. 반면 농산물은 6.3% 하락해 상품가격 전반의 상승률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농산물 중에서도 채소류 가격의 하락(-17.4%)이 두드러졌다.

서비스 가격 상승을 이끈 것은 공공서비스(5.4%)였다. 이번에 공공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유독 크게 나타난 배경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통신비 지원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6~34세와 60세 이상 국민을 상대로 1인당 2만원의 통신비를 지원한 바 있다. 대상 인원은 1888만명이었다. 비교 시점의 통신비 지출이 워낙 작았던 탓에 그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올해 10월의 통신비 상승률은 실제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통신비가 가져온 기저효과 하나만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0.7%포인트나 올라간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가 없었더라면 올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를 기록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 계산대로라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7개월 연속 2%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 된다.

개인서비스는 2.7%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 항목에서는 보험서비스료(9.6%)와 공동주택관리비, 구내식당 식사비(이상 4.3%) 등의 상승률이 특히 두드러졌다. 전·월세를 아우르는 집세는 1.8% 상승했다. 전세가 2.5%, 월세는 0.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세는 주택 임차료만을 대상으로 산출한 것이어서 물가지수가 자가 보유자들의 주거비(보유세 부담, 수선비 등)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통계청은 현재 자가주거비포함지수를 보조지표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 지표는 여전히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일반 소비자들에게 더 실감나는 지수인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8월의 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체감물가를 말해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큰 항목을 따로 떼어내 이를 토대로 만들어낸 별개의 지수다.

계절적 요인 등에 의한 변동성을 배제함으로써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8%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국제유가 상승세의 지속이다. 주요 산유국 그룹인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에 대해 미국이 증산 압력을 넣고 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지금의 유가 상승세는 해가 바뀐 다음에나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측면에서 보자면, 국내 여건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진행되는 바람에 외부활동 및 사람 간 대면활동이 늘어나면서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코리아세일 페스타, 카드 캐시백 지원 등으로 소비를 자극할 요소들은 사방에 널려 있는 터였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지금 상황을 보다 심각히 받아들이면서 물가 관리에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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