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을 운영하다 보면 종종 생맥주 맛에 대한 불평을 듣곤 한다. 그럴 경우 내가 먼저 문제의 생맥주를 마셔보고 다음엔 직원들에게도 맛을 보라고 권했다. 그 결과 대개는 맥주 맛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단 손님이 느낌상 맛이 이상하다고 결론지은 이상 새로운 맥주를 가져다주어도 불평은 사라지지 않았다. 더러는 똑같은 통에서 짜낸 생맥주를 가져다주었는데도 새 잔의 맥주는 맛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같은 통에서 짜낸 맥주인데 색깔이 다르다고 말하는 손님도 있었다.

생맥주 맛에 대한 불만과 관련해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단지 손님의 느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짐작하건대, 맥주 맛 좀 안다고 주변에 자랑하고자 하는 손님 중에 이런 사람이 많다. 이런 손님에겐 그냥 새로운 생맥주를 가져다주기보다 아예 병맥주를 권하는 편이 낫다. 병맥주에 대해서는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냈다고 생각하기에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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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대했던, 또는 길들여진 맛과 달라 이를 정확히 느끼고 불평을 말하는 예민한 손님도 있다. 다른 브랜드의 생맥주를 즐겨 마시던 손님이 내 가게를 찾아온 경우 맛이 다르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톡 쏘는 맛이 강한 C생맥주를 주로 마시던 사람은 부드러운 맛이 강조된 M생맥주에 대해 싱겁다거나 밍밍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제품별 차별화 전략에서 비롯된 생맥주 맛의 다양성은 오히려 존중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맛이 이상하다”, “맛이 별로다”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현실이니 답답하더라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따라놓은 생맥주를 반납하는 손님도 있으나 이런 손님에게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게 장사하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입장이다. 그저 입이 닳도록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밖에…. 그래도 안 되면 새로운 생맥주를 가져다주고….

앞서 잠깐 이야기했듯이 생맥주 맛에 대한 불평이 모두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억지를 쓴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손님들의 불평 속엔 어떤 공통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게를 오픈한 이후 한차례 생맥주 브랜드를 바꾼 적이 있다. 물론 프랜차이즈 주점의 경우 이마저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점주가 탄산가스 압력 조절을 잘못해 생맥주 맛이 변하는 일도 있다. 최상의 생맥주 맛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탄산가스 압력을 계절 따라, 날씨 따라 달리 조절해야 한다. 탄산가스 압력 조절에 대해서는 앞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탄산가스 압력을 제대로 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통에서 짜낸 생맥주가 맛이 미세하게 다를 수도 있다. 나도 그 차이까지는 느끼지 못한다. 다만 주류회사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을 뿐이다. 내용인 즉, 생맥주 통에서 처음 짜낸 맥주보다 맨 마지막에 짜낸 맥주에서 쏘는 맛이 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금속으로 된 생맥주 통의 빈 공간이 커질수록, 다시 말해 통속의 맥주 잔량이 적어질수록 탄산가스의 압력이 약해지는데 따른 결과라고 한다.

어쨌든 맥주에 대한 불평을 다수 접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대체로 젊은 층에서 강한 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이 점 또한 생맥주를 취급하는 주점이라면 브랜드를 선정할 때 참고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맥주 맛에 대해 평가한 기사가 국내에 소개돼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한국 언론에 인용보도된 문제의 기사에 따르면, 한국 맥주의 맛이 북한산 ‘대동강맥주’의 그것보다 못하다는 것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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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내 생각은 약간 다르다. 섣불리 맥주 맛의 우열을 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게 내 기본입장이다. 나는 과거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현지인들이 즐기는 생맥주 맛이 너무 강하고 독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그 곳에서 맥주를 마실 때면 청량감 있고 강하게 쏘는 한국 맥주가 생각나곤 했었다. 이 또한 내 개인적 판단일 수 있다.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의 차이점에서 비롯된 느낌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유럽인들은 우리와 달리 에일 맥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국인들은 청량감이 강한 라거 맥주를 더 즐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내가 즐기는 ‘소주 폭탄주’를 만드는데 있어서는 한국산 라거 맥주만큼 좋은 게 없다.

종합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맥주 맛을 판단하고 논하길 좋아하는 것 같다. 자신의 입에 길들여진 맛과 다르면 거부감을 느끼고 불평을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세계적 명품 맥주들에 비해 한국 맥주가 대체로 거품의 부드러운 정도와 지속시간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한국산 맥주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감안해가며 조금씩이라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하지만 각자의 기호만을 토대로 각각의 맥주 맛에 대해 섣불리 우열을 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 = 박해옥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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