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리니지에 ‘과금’을 빼면 어떻게 될까?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직한 상상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런 게임이 정말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엔씨)가 지난 4일 출시한 ‘리니지W’가 바로 그 게임이다.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이 한국에서만큼은 검증된 IP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 IP에 지나치다고 지적된 과금 유도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흥행가도를 질주 중이다.

더 놀라운 점은 비즈니스 모델(BM)에서 핵심 과금 요소를 제외하고서도 구글플레이와 애플앱스토어 양대 마켓 매출 1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리니지W가 출시 첫날 기록한 매출은 약 16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엔씨 게임 중 역대 최대 일 매출이다. 리니지W는 출시 첫날 아쉽다는 평과 함께 엔씨 주가도 급락했지만 결과적으로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이미지 = 엔씨소프트 제공

◇ 아쉽다는 평이 지배적이던 리니지W, 매출 1등 비결은?

리니지W는 출시되자마자 유저들로부터 아쉽다는 평가가 넘쳐났다.

첫날 이용자가 몰리면서 게임 출시 1시간 만에 서버가 다운됐고, 일부 기기에서 접속오류 현상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PC보다 모바일환경에서 게임이 느려지는 프레임 드랍 현상이 생기는 등 ‘최적화 수준이 엉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엔씨 관계자는 나이스경제와의 통화에서 “첫날 이용자가 몰려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현재는 정상적으로 작동된다”고 답했다.

또한 게임 진행 속도와 그래픽 등에 대해서도 잡음이 불거졌다. 게임 진행속도가 너무 느리고, 타격감이 아쉽다는 지적이었다. 엔씨도 이와 같은 유저들의 불만사항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위 사항이 의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 관계자는 “기존 리니지1의 감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함이었다”면서 “리니지1을 접해보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새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초반 여러 불만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승가도에 올라탄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글로벌 원빌드도 성공 요인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원빌드는 모든 국가에 같은 버전을 제공하는 형태의 게임이다. 엔씨는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도 불편함이 없도록 ‘AI 번역 기술’도 도입했다.

엔씨는 관계자는 “국가 간 경쟁구도를 메인으로 하는 리니지W의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가 이용자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며 “다른 국가 이용자들이 함께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탄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리니지W는 엔씨 약점으로 꼽혀온 글로벌 매출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리니지W가 첫날 기록한 160억원 매출 중 100억원은 국내에서, 60억원은 해외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리니지W는 대만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홍콩의 경우 앱스토어 매출 2위, 구글플레이 매출 5위에 올랐다.

[이미지 = 엔씨소프트 제공]

◇ 스토리 텔링은↑ 과금 요소는↓, 대중성 잡은 리니지W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하는 심정으로 24년간 쌓은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리니지W에 대한 김택진 엔씨 대표의 소감이다. 작금의 엔씨와 김택진을 만들어 준 리니지 IP인 만큼 이번 리니지W에 대한 소회는 사뭇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다.

김택진 대표는 앞서 발생한 사행성 논란에 대해 사내 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라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했다. ‘사행성’보다는 ‘게임성’에 집중하자는 의미였다. 이것은 실제 리니지W에도 영향을 줬다.

리니지W는 리니지M 시리즈 BM에서 일정 부분을 빼고 출시했다. 변신과 마법인형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과금 모델은 기존과 유사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지만, 버프 시스템인 ‘아인하사드’와 유사한 형태의 시스템은 찾아볼 수 없다.

엔씨 관계자는 “처음으로 확률이 아닌 확정적으로 아이템을 주는 콘텐츠를 도입했다”며 “확정 아이템을 통해 헤비유저들 뿐만 아니라 라이트 유저들도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엔씨는 리니지W 출시에 앞서 글로벌 시장 기준에 맞는 내러티브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기존 리니지 시리즈보다 퀘스트 등을 통한 스토리텔링이 강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리니지W 흥행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관심사다. 게임 특성상 신작의 경우 초반에 매출이 잘 나오다가 시간이 갈수록 하향안정화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유명 BJ 등 인플루언서들을 섭외해 지원하는 프로모션으로 인해 불공정 논란도 불거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W에 대해 “긍정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모바일 MMORPG가 서구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지만, 보완책을 함께 내놓은 만큼 결과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리니지W는 초반 흥행에 힘입어 신규 월드 ‘판도라’와 ‘데스나이트’를 추가로 오픈하는 등 출시 이후 24개 서버를 증설했다. 현재 총 11개 월드, 132개 서버를 운영 중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CEO. [사진 = 연합뉴스]
김택진 엔씨소프트 CEO. [사진 = 연합뉴스]

◇ 리니지W, ‘과금 유도’가 아닌 유저 ‘참여’ 모델의 가능성을 엿보다

현재까지의 매출만 놓고 본다면 리니지W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공이라고 부르기는 다소 애매한 측면도 있다. 아직도 기존 확률형 콘텐츠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크나큰 성공을 안겨준 기존 BM을 당장 포기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기존 BM에서 많은 부분을 뺀 것만으로도 엔씨로선 커다란 도전이었다.

리니지 시리즈는 ‘페이 투 윈’(게임에 현금을 쏟아 부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해지는 것)의 정점에 있는 게임으로 첫 손에 꼽혔고, 이것이 엔씨 전성기를 가져다 준 것 또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엔씨 관계자는 “BM에서 많은 부분을 빼 매출 예측이 어려웠다”며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 수준의 BM만 적용하기로 약속한 부분을 지킨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는 최근 유저 의견을 수용해 리니지M 시리즈 주력 과금유도 시스템인 아인하사드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리니지W에는 이 시스템을 아예 도입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행보에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추기도 했다. 주요 매출 모델이 빠졌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 = 연합뉴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과금 유도 BM 중 일부가 빠진 리니지W는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하고, 아인하사드 시스템을 뺀 리니지M도 리니지W 출시 후 일시적으로나마 오딘 매출을 넘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과금 유도’시스템이 엔씨 매출의 주된 요인이었는지, 매출의 본질은 ‘게임성’과 유저들의 ‘참여’가 아닌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리니지W의 초반 선전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재 엔씨를 있게 한 본질은 ‘게임성’에 기반한 유저들의 ‘참여’라는 것을 재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많은 게임 유저들이 이번 리니지W를 계기로 과거 한국 게임시장의 혁신을 주도하던 ‘벤처기업 엔씨소프트’의 도전과 열정을 다시 보길 기대하고 있다. 그리 된다면 엔씨가 한국 게임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선두주자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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