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할 일

내 경험을 토대로 이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가게 운영상 처리해야 하는 일중 가장 지저분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은 모두 사장 몫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영업의 시작과 끝도 사장이 책임지고 추스르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술취한 고객이 매장 안에서 구토를 했을 경우 오물을 치우는 일은 당연히 사장 몫이어야 한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홀서빙 종업원은 손님들이 먹고 마실 안주와 술을 나르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것이 주임무다. 그런 종업원이 음식 나를 손으로 불결한 구토물을 다루는 것을 손님들이 본다면 어떤 느낌을 가질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마감 작업 중에 주류 냉장고에 다음날 판매할 각종 주류를 채워넣는 일이 있는데, 이 또한 사장이 직접 하는 게 좋다. 많은 호프집 사장들이 이 같은 일은 힘들고 귀찮다는 이유로 알바생들에게 시키지만 그 것은 현명한 방법이 못된다. 그 작업을 직접 해야만 사장이 창고에 있는 각종 주류의 재고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사장이 주류의 재고 파악을 잠시라도 소홀히 하면 술장사를 하는 과정에서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내가 호프집에서 취급한 술 종류는 브랜드 별로 20가지가 넘었다. 다른 호프집도 대개가 그렇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오픈과 마감 작업 역시 사장의 몫이어야 한다. 많은 호프집 사장들은 그 일을 오픈조와 마감조 알바생에게 나누어 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현명한 방법이 못된다. 설사 일을 시키더라도 최종 마무리는 사장이 하는 게 좋다. 사장의 시각과 종업원의 시각엔 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마감 작업 중 테이블 정리의 경우, 종업원들은 테이블을 행주로 닦는 일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기타 일에는 무관심한 게 보통이다. 그러나 테이블을 정리할 땐 테이블 간격 맞추기, 의자의 청결상태 점검, 내프킨 부족 여부 등 챙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컵 설거지도 가능한 한 사장이 도맡아 하는 게 효율적이다. 카운터 옆에 설치된 싱크대에서 이뤄지는 컵 설거지는 각자의 동선으로 따져 보아도 사장이 하는 게 여러모로 용이하다. 홀서빙 알바생들이 컵 설거지에 매달리게 되면 그만큼 홀서빙에 소홀해지게 된다.

손님으로부터 어떤 종류의 불만이 접수됐을 때, 또는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님에게 달려가 해명하고 사과하는 일도 사장의 몫이어야 한다. 사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고,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사태를 처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손님으로부터 메뉴에 대한 문의가 제기될 때도 즉시 사장이 달려가 설명하는 게 효율적이고 서비스 정신에도 맞다. 그렇게 하는 게 손님의 만족도와 감동을 극대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장은 그 주점에서 메뉴에 대해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인 동시에 가장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종업원이 할 일

종업원, 그 중에서도 홀서빙 알바생들이 치중해야 할 일은 손님을 최대한 편안하게 대접하는 일이다. 보다 친절하게, 보다 빠르게, 보다 정확하게 손님이 원하는 바를 행동으로 충족시켜주는 일이 홀서빙 알바생들의 임무다. 음식을 나르고, 테이블을 치우고, 냉수를 가져다주고, 서비스 안주를 보충해주는 등의 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늘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의 부름에 즉각 응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만약 사장이 이처럼 직접적이고도 부분적인 손님 접대에 치중하게 되면 전반적인 서비스 상황을 살펴보는 능력을 잃게 된다. 사장은 홀 전체가 잘 보이는 자리에서 - 그 위치는 대개 카운터가 있는 곳과 일치한다 - 주점 내의 모든 상황을 두루 살필 수 있어야 한다. 홀서빙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원활하게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주방에서 음식은 제 시간에 잘 나오고 있는지, 메뉴가 레시피대로 제대로 만들어져 나오는지 등을 살펴보는 일 등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사장은 보다 스케일 크게 가게의 전반적 작동 상황을 살펴보는 관리자 입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으로 말하면 종업원들은 관리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각각의 구성원일 뿐이다.

특히나 홀서빙을 나이 든 사장이 하게 될 경우, 물론 때때로 필요하긴 하지만, 젊은 층 일부에선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젊은 층들은 사장인 내가 안주를 가져다 줄 때 “감사합니다”란 말과 함께 두 손으로 공손히 받기도 한다. 그럴 때면 ‘손님 편의를 위해 홀서빙은 젊은 알바생이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때론 홀서빙 범주를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 손님들도 있다. 담배를 사다 달라는 게 가장 흔한 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정중히, 그러나 단호히 거절의사를 밝힐 필요가 있다. 특히 담배 심부름은 자칫 담배 판매행위로 오인될 위험성도 있으므로 절대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사장은 홀서빙 종업원들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가려주고, 이를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여성 종업원들에겐 손님들의 도발적 언행을 받아주는 한계선도 어느 정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성희롱성 발언이나 신체접촉 등에 대해서는 사장이 강제 퇴장이나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리 = 박해옥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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