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다루기는 장사에서 제일 힘든 일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해 종업원은 점주에게 상전이다. 그렇게 대하지 않으면 대개는 점주가 골탕을 먹게 돼 있다. 주방 이모든 홀서빙 알바생이든 조금만 섭섭하게 대하면 다음날부터 바로 근무 펑크를 낼 수도 있다. 주로 카운터를 지키는 점주와 주방 이모 한명, 홀서빙 알바 한 두 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생계형 점포에서는 어느 한 명이 결근을 하면 가게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심한 경우 몇 날 며칠간 영업을 포기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이런 약점을 악용하는 직원도 더러 있다.

가게를 연지 몇달 안 된 어느 시점에서 홀서빙 알바생으로 인해 큰 고역을 치른 적이 있다. 홀서빙 알바 두 명을 쓰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결근을 자주 해 애를 먹이기 일쑤였다. 다른 한 알바생도 동료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하는 수 없이 문제의 그 알바생을 그만 나오도록 조치했다. 나머지 한 학생에 대한 배려도 작용한 결과였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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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화를 자초했다. 며칠 뒤 홀로 남은 알바생이 느닷없이 시급 인상을 요구했다. 시급을 2000원 인상해달라는 것이었다. 장사 초보였던 나는 당황했다. 그 알바에게는 다른 직원들 모르게 매달 10만원의 보너스까지 별도로 지급하고 있던 터였다. 경험 많은 그 학생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데다 격주로 한 번씩 오픈과 마감을 통째로 맡기는데 따른 보상이었다. 요구대로 하자면 주방보다 많은 페이를 지급해야 할 판이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상의한 결과 결국 그의 요구를 거절하기로 했다. 그리곤 절충안을 제시했다. 상대도 흔쾌하지는 않지만 동의하는 듯했다. 그런데 다음날 사고가 생겼다. 문제의 알바가 출근하지 않은 것이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었다. 그 날 하루는 모든 게 엉망이었다. 묘한 건 주방 이모도 며칠 뒤 “몸이 안 좋다”며 후임자가 정해지기도 전에 가게를 나갔다. 그나마 고마운 건 주방 이모가 일을 그만두면서 문제의 알바생과 사전에 밖에서 만나 근무 지속 여부를 논의했다고 귀띔해준 일이었다.

당시의 위기를 헤치느라 나는 정말 심한 고역을 치렀다. 가족과 친인척을 최대한 동원해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었다.

위와 같은 일이 아니더라도 장사하는 사람은 늘 종업원들이 불시에 펑크를 낼 가능성에 대비하는 게 좋다.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종업원들은 어느 날 갑자기 전화로 “정말 이런 말씀은 안 드리려 했는데…”라는 전제와 함께 결근을 예고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유는 보통 “몸이 안 좋아서”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겨서” 등이다. 특히 나처럼 수십년 회사원으로 근무한 사람들은 소점포의 종업원들이 일반 회사원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그러나 일반 회사에서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소규모 점포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가게에서 일년 내내 아파도 참고, 중요한 다른 볼일이 있어도 만사 제쳐놓고 출근하는 사람은 사장밖에 없다. 종업원 개개인이 나빠서도 아니었고 내가 유독 사람 복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조그마한 가게에서 종업원에게, 그것도 시급제 알바에게 주인의식을 지닌 채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니 돌발적 근무 펑크를 인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속이 편하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사장이 유고에 대비하는 것이다. 항상 동원 가능한 홀서빙 알바 인력을 확보해두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비인력풀이 있으면 홀서빙 알바생이 갑자기 결근할 때 용이하게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다. 주방이 펑크났을 때도 알바 인력풀은 유용하다. 사장이 주방 일을 대행하고 사장의 빈 자리를 홀서빙 알바생이 대체해주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인력풀은 과거 자신의 가게에서 홀서빙을 했던 학생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알바를 그만두고 나간 뒤에도 가게 운영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훌륭한 자산이 되어준다. 그러기 위해 평소 알바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알바생들은 대개 가게 부근에 사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사장과 사이가 돈독해지면 알바를 그만둔 뒤에도 종종 놀러오는 게 보통이다. 이런 학생들은 유사시 사장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내가 소속된 프래차이즈 본사에도 긴급 인력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걸 활용하려면 터무니없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므로 사장 스스로가 긴급동원이 가능한 인력을 확보해 두는 게 가장 안전하고도 경제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정리 = 박해옥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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