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중국 본토에 3호 증권거래소가 개설됐다. 상하이, 선전에 이은 세 번째 증시인 베이징증권거래소가 지난 15일 문을 열고 주식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특별행정구역인 홍콩 외에 본토에만 이미 두 개의 증시를 둔 중국이 베이징증권거래소를 새로 출범시킨 배경엔 나름의 원대한 구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야심과도 맞물려 있다. 시 주석은 두 달 전 베이징거래소 설립을 예고한 바 있다. 그의 의지가 공개된 이후 베이징거래소 신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마침내 지난 15일 81개 상장사의 참여 속에 조촐하게 새로운 증시의 운영이 시작됐다. 첫날 거래액도 기존 두 개 증시에서 같은 날 거래된 액수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작은 작았지만 중국의 자본시장 육성에 대한 꿈은 원대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거래소는 중국의 자본시장을 다층 구조로 체계화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사회주의 정체(政體)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업들에게 자금 조달의 마당을 다양하게 마련해주려 했다는 의미다.

지난 15일 열린 베이징증권거래소 개장식 모습. [사진 = 신화/연합뉴스]
지난 15일 열린 베이징증권거래소 개장식 모습. [사진 = 신화/연합뉴스]

베이징거래소는 기존의 상하이 및 선전거래소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중소 스타트업들에게 자금 조달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주게 된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증시를 창설한 직접적인 이유다. 설립 목적에 맞게 증시 진입 문턱(상장 요건)도 크게 낮췄다. 그 같은 조치를 통해 중국의 유망한 스타트업, 특히 정보기술(IT) 기반의 중소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예속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게 중국 정부의 목적이다. 자본시장 정비를 통해 궁극적으로 노리는 바는 산업기반 확립과 발전이다.

중국은 그간 자국의 유망 기술기업들이 외국 증시에 상장하는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 증시보다 중국내 거래소에 상장하기를 은연중 권장해왔다. 심지어 홍콩증시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내온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기업들이 철저히 중국 자본에 의해 운영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중국 정부의 그 같은 의도는 승차공유 서비스 전문 플랫폼 기업인 디디추싱에 대한 조치를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에서 상장을 강행하자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는 이유를 들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관련법 개정을 통해 회원 100만명 이상을 보유한 자국의 인터넷 기업이 해외증시에 상장하려면 안보상의 위해 가능성이 없는지 등에 대해 사전 심사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해외증시 진출을 허가제로 바꾼 것이다.

베이징증권거래소는 진작부터 베이징에서 운영돼온 중소기업 전용 장외 주식시장(신삼판·新三板) 일부를 따로 떼어낸 뒤 이를 증시로 등록함으로써 탄생했다. 신삼판의 일부 영역을 독립시켜 거래소로 격상시킨 것이다. 베이징증시 상장사 81개 중 신삼판에서 옮겨온 기업만 71개사다. 나머지 10개 상장사는 개장을 앞두고 새로이 승인을 받은 곳들이다. 이들 기업이 장차 선전증시나 상하이증시로 진출하기 위해 한동안 머물 전진기지 하나를 만들어준 셈이다.

중국 베이징 도심 모습. [사진 = EPA/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도심 모습. [사진 = EPA/연합뉴스]

베이징증시 상장사 수는 향후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삼판에 참여하고 있는 7000여개의 기업들이 요건을 갖추는 대로 하나 둘 옮겨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후이만(易會滿) 중국 중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베이징증시 개장식 행사에서 “베이징증시 개장은 자본시장 개혁과 발전 과정에서의 기념비적 사건”이라며 “다층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고 중소기업 금융지원 체계를 완성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기업들에게는 진입 문턱을 낮춰주었지만 투자자들에겐 엄격한 자격 요건이 제시됐다. 이곳에 투자하려면 주식 투자 경력이 2년 이상이면서 주식계좌의 20일 평균 잔액이 50만 위안(약 9240만원)을 넘어야 한다. 결국 당분간은 전문 투자자와 기관 위주로 거래소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제한의 이유와 명분은 투자자 보호다.

베이징거래소는 15일 현재 자격 요건을 갖춘 투자자 수가 40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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