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정부와 여당이 초과세수 문제를 놓고 갈등을 키워가고 있다. 그 자체도 좀체 보기 드문 일이지만 여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재정관리 당국인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국정조사 카드를 흔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정부가 초과세수를 고의로 과소 추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으름장은 초과세수분을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으로 쓰자는 자신들의 제안을 정부가 반대한데서 비롯됐다. 여당의 제안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는 자기 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후보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

초과세수는 정부가 다음 연도 예산안을 짤 당시 예상한 것보다 많이 걷히는 세금 수입을 말한다. 세수 추계는 우리가 흔히 예산안이라 부르는 총지출 규모를 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예산 당국인 기재부는 정부 각 부처로부터 받은 이듬해 지출 전망치와 세수 추계 등을 함께 고려해 다음 회계연도의 총지출 규모를 정하게 된다.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한 604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도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지난해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추계한 내년도 국세 수입 전망치는 282조7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이후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특히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활성화되는 바람에 세수가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는 국세 수입을 기존보다 31조6000억원 늘어난 314조3000억원으로 새로 추계했다. 그러나 시간이 더 지나면서 이마저도 실제보다 낮게 추계된 것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입 경정 이후에도 세금이 예상보다 더 잘 걷혀 초과세수 규모가 19조원이나 더 커질 것으로 추계된 것이다.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가 2차 추경 기준 31조6000억원에서 더 증가해 50조에 이르게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다. 기재부 설명대로 정확한 올해 초과세수 규모는 결산 과정이 끝나는 내년 2월에 가서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초과세수에 대한 추계치의 정확도는 점차 높아져간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새로 추계해 내놓은 올해 초과세수 50조는 실제에 보다 근접한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

여당과 정부 간 갈등은 추가된 초과세수분 19조원에서 비롯됐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정부를 못마땅해 하던 민주당은 늘어난 초과세수 19조원을 들먹이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더욱 강화했다.

현재 기재부는 초과세수를 최대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및 맞춤형 지원 등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부는 국가재정법 취지에 따라 내년도 세계잉여금으로 넘기겠다는 뜻도 함께 밝히고 있다. 김부겸 총리도 여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주머니 저 주머니를 뒤진다고 해도 돈이 나오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사실상 반대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초과세수 19조원’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재난지원금 지급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데 호재가 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여당은 우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국회 질의답변 과정에서 초과세수에 대해 명료한 답변을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초과세수 규모를 묻는 질의가 나오자 “그것(10조원)은 조금 넘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조금 더 추계해봐야 하겠지만 10조원대가 될 것 같다”라는 말도 했다.

[사진 =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사진 =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여당은 이 답변을 새롭게 문제시하기 시작했다. 추가된 초과세수 추계치가 19조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몰아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당 일각에선 과소 추계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정감사 운운도 이런 와중에 불거졌다.

초과세수를 둘러싼 정부와 여당의 다툼은 재정관리 문제의 본질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여지를 안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초과세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그 자체가 세수 추계를 잘못해 국민들로부터 과도하게 세금을 거둬들였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세수 예측을 정확히 하지 못해 큰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초과세수 과다 발생이 반색할 일이 아니라 질타받아 마땅한 일인 탓이다.

본질적인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홍 부총리가 처음부터 명료하게 초과세수 규모를 밝히지 않은 점도 지적받을 만한 일이다. 홍 부총리는 추가된 초과세수 규모에 대해 “당초 예상보다 조금 더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했다가 “10조원을 조금 넘을 것 같다”, “10조원대 초과세수가 있을 것 같다” 등으로 말을 바꾸는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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