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길,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적어도 내 경험에 비춰볼 땐 틀린 말이다. 위의 말이 갖는 의미가 꼭 성공을 전제한 것이 아니라면 장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려운 고등수학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인문학, 또는 경영학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가 인생 2라운드에 장삿길을 선택한 것은 그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성실하게, 상식을 지키면서 일하면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있었다. 직장생활과 달리 개인사업을 하면 내가 일하는 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사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조직 내에는 - 특히 거대한 조직 안에는 - 성실히 일하는 사람과 놀고먹는 사람과 꾀부리는 사람이 혼재하기 마련이다. 때론 꾀부리는 사람이 티 안 내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과실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던 차에 명예퇴직 공고가 나오자 나는 3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에 별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냈다. 더 이상 남의 밑에서 지휘를 받으며 일하는데 대한 지겨움도 작용했다. 나름 준비도 해온 터였다. 퇴직 후 한 두 차례 재취업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마다하고 개인사업의 길을 선택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딴엔 어느 정도 준비를 했던 첫 번째 사업은 구상과 달리 수익성이 의외로 낮았다. 책상머리에서 작성한 사업계획서의 수익성 추계치와 현실 속의 그것은 크게 달랐다. 곧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장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퇴직 후 1년이 넘고부터는 재취업 기회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장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아마 다른 많은 베이비부머들도 재취업이 여의치 않은 관계로 도리 없이 장사를 생각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장사는 녹록한 사업이 아니다. 성공을 전제로 말한다면 장사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말이 맞다. 본인이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장사, 특히 먹고 마시는 장사는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 없어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소수만이 성공을 거두는 사업 분야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수익성이 높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진입 문턱이 전혀 없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수익성은 이미 최소한으로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생계형 점포 운영자들이 처한 환경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해지고 있다. 어느 상권을 막론하고 기업형 점포, 대형 점포가 손님을 싹쓸이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를테면 낡은 주택가 식당들의 경우 인근에 대형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면 갑자기 매출 감소에 시달리곤 한다. 대형 건물 지하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거대한 ‘구내식당’이 들어서는 예가 많은 게 원인이다. 이들 대기업 식당은 식자재의 대량 매입을 통한 박리다매와 다양한 메뉴를 추구함으로써 해당 지역 직장인들의 외식 수요를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몇몇 거대 상권이 수요를 독식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거대 상권은 임대료와 권리금이 너무 비싸서 생계형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라 할 수 있다.

창업 희망자가 나날이 늘어남에 따라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점포 임대료가 상승하는 점도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부머들은 장사, 그 중에서도 레드오션의 대표 격인 먹고 마시는 장사 마당에 줄지어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다. 또래 숫자까지 많아서 이리저리 기웃거려 본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마땅한 일자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린 세대라는 점도 그들이 장사에 뛰어들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결국 이 시리즈는 그런 운명을 타고난, 불행한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동병상련의 엘레지라 할 수 있다.<시리즈 끝>

정리 = 박해옥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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