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기준금리 1%대 시대가 다시 열렸다. 한국은행이 25일 올해 마지막으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지난 8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한은 기준금리는 이번 추가 인상으로 1.00%가 됐다.

이날의 금통위 결정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시장은 이번 결정을 0%대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향후 오랜 기간 동안 이전과 같은 0%대 초저금리 시대가 되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우리가 다소 앞서간다는 지적도 있지만 긴축 쪽으로의 통화정책 변화 움직임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 배경은 세계경제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화된 경기침체에 대응하느라 너무 많은 돈을 시중에 풀다 보니 글로벌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높였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사진 = 한국은행 제공/연합뉴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사진 = 한국은행 제공/연합뉴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을 계기로 나타날 한은의 본격적인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한은이 내년 1월이나 2월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는 내년 중 기준금리가 세 차례 더 인상될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일 년 뒤 쯤엔 1.7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전문가는 한은이 아직은 정책방향을 본격적인 긴축 쪽으로 틀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같은 분석엔 본격적인 긴축 전환은 내년부터나 시작될 것이란 인식이 배어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1.25%까지 금리를 올려놓고 이후엔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상황을 보아가며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한은 이주열 총재의 발언에서도 묻어났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기준금리가 1.00%로 올라갔지만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긴축’이 아니라 ‘정상화’라는 점도 강조했다. 여전히 긴축이라 할 정도로 금리 수준이 높은 게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또 실질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립금리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서 실체는 없지만, 이 말엔 현재의 기준금리가 여전히 적절한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광의의 통화량 지표를 언급하면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 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맥락으로 보아 향후 기준금리 인상을 추가로 단행할 여지를 열어두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 실제로 이 총재는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곧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년 1분기 중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은의 이 같은 인식은 현실 경기가 비교적 탄탄하고 향후 경기전망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금통위 의결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향후 수출과 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한은은 이날 다시 내놓은 경기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4.0%,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와 동일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섰고 한은이 중시하는 지표인 근원인플레이션이 2%대로 올라선 것도 한은의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날 한은은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다시 제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2.3%, 내년 2.0%였다.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와 0.5%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와 자산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심화도 한은의 금리 인상 배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들이다. 이는 이 총재가 ‘긴축’ 대신 ‘정상화’란 표현을 쓴 직접적 요인들이라 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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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의 빠른 기조 변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은이 미국 등 주요국들보다 빨리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갈 경우 경기가 위축되고 가계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증가해 민간소비가 부진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한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2020년말 대비 2조9000억 증가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은의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움직임에 진작부터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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