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 5위인 한국미니스톱이 본격적으로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 4위를 달리는 이마트24가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이마트24로서는 신규 점포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미니스톱을 품으면 GS25·CU 중심의 선두권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미니스톱의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서류 접수를 받은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최근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를 쇼트리스트(적격인수후보)로 선정하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일본 이온(AEON)그룹의 자회사 미니스톱이 보유한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 전량이 매각 대상이다. 예비입찰에는 편의점 업계에선 이마트24가 유일하게 참여했고 넵스톤홀딩스, 앵커에쿼티파트너스(PE) 등 사모펀드들이 다수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미니스톱 매각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실적 악화가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3월~2021년 2월) 한국미니스톱 매출액은 1조79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조1271억원)보다 4.2%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7억원 흑자에서 143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2018년 이마트24에 점포수 4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매출 규모도 2017년 이후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미니스톱 점포수는 지난해 말 기준 2603개로 이마트24의 절반 수준이다. 이마트24와는 시간이 갈수록 점포수와 매출액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이미지 = 미니스톱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이미지 = 미니스톱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특히 한국미니스톱은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상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계 편의점이란 인식 탓에 매출증가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시장 상황이 어려워졌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편의점 시장은 과포화 상태로 한국미니스톱이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수익성 개선은 노려볼 수 있지만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라 지적했다.

한국미니스톱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노무라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을 진행했다. 당시 한국미니스톱 지분구조는 ▲일본 이온그룹 70.06% ▲대상그룹 20% ▲일본 미쓰비시그룹 3.94% 등이었다. 현재는 미니스톱이 대상과 미쓰비시 지분을 인수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매각에는 롯데그룹(세븐일레븐)과 신세계그룹(이마트24), 사모펀드 운용사인 글랜우드PE 등이 참여했다. 롯데그룹 4300억원, 신세계그룹 3500억원, 글랜우드PE는 4000억원가량을 써냈으나 가격과 브랜드 유지 등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무산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마트24다. 이마트24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 5169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3위인 세븐일레븐(1만501개)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마트24의 인수전 참여는 한국미니스톱이 보유한 점포를 전량 흡수함으로써 점포 수를 세븐일레븐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려 편의점 업계 3위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편의점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마트24 입장에선 한국미니스톱 인수가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점포 수가 많을수록 입점업체와의 협상력이 커지고 물류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매출액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주요 지역에 경쟁업체들이 이미 포진하고 있는 데다 편의점 출점제한 자율규약으로 신규 점포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이마트24가 기존에 운영 중인 고정 월회비 방식 모델 외에 로열티 방식의 모델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신규 출점에 대한 어려움 탓이다. 이마트24는 편의점업계에서 유일하게 고정 월회비 방식으로 수수료를 받아왔는데, 고정지출 부담이 커 진입장벽이 높다는 비판을 받자 로열티 방식을 추가해 가맹점주 확보에 나선 것이다.

국내 편의점시장은 CU와 GS25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CU 점포수는 1만4923개로 1만4688개인 GS25를 근소하게 앞섰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점포수 차이는 5332개다. 이마트24가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점포 수가 8000개에 육박(7772개)해 세븐일레븐과의 격차를 2733개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반면 이마트24와 함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세븐일레븐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세븐일레븐은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해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은 2000년과 2010년에도 각각 ‘로손’과 ‘바이더웨이’를 잇따라 인수했지만, 합병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븐일레븐이 최근 점포수 늘리기보다 점포당 매출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여기에다 인수 후 일부 가맹점주들이 경쟁업체로 이름을 바꾼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인수과정에서도 점포 중 일부를 경쟁사에 빼앗길 우려가 있다. 물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 선두권 경쟁을 벌이던 세븐일레븐으로서는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늦게나마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B 및 유통업계에서는 한국미니스톱의 기업가치가 적게는 2000억원대, 많게는 3000억원대로 책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8년 매물로 나왔을 때 거론됐던 몸값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당시 일본이온그룹 측은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매각을 백지화했는데, 3년 만에 시장에 나오니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악화된 것이다.

한국미니스톱 몸값이 반토막난 것은 편의점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커머스와의 경쟁으로 편의점 ‘빅3’가 2019년부터 시작한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지 못했고 ‘곰표 밀맥주’ 이후 편의점업계에 확산한 이색 콜라보 열풍에서도 소외된 것이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그룹의 지배로 의사결정이 빠르지 않고 신사업에도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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