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총인구(국내 거주 외국인 포함)가 올해 처음으로 감소한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로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까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2년 전 추계한 인구감소 시기보다 8년 앞당겨져 저출산정책 실패가 ‘인구재앙’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올해 5174만5000명으로 예측됐다. 출생아수 급감에 따른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 지난해(5183만6000명)보다도 9만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인구 성장률은 -0.1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4명에서 올해 0.82명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에 따라 출생아수는 27만5000명에서 26만1000명으로 1만4000명 줄어든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인구 자연감소가 2020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 순유입이 감소하고 혼인과 출산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총인구가 올해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장래인구추계는 출산율과 기대수명, 국제순이동 추세 조합 수준에 따라 중위·저위·고위로 나뉘는데 이는 ‘중위’를 기준으로 조합한 시나리오다.

더욱이 이번 인구추계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나라 인구가 기존 예상치를 벗어나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추계는 5년마다 한번 생산되는 통계이지만 2년 전인 2019년 3월 저출산 현상이 확연히 드러나자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진행했다. 정부는 특별추계에서 우리나라 인구가 2028년에 정점을 찍고 2029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정점 연도가 2020년으로 8년이나 앞당겨졌다. 정점 인구도 2019년에는 5194만2000명(2028년)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5183만6000명(2020년)으로 10만6000명 줄었다. 합계출산율도 2019년에는 올해 0.86명으로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보았으나, 이번에는 2024년에 0.70명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 실패가 ‘인구절벽’이 발생하는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구절벽이란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생산연령인구의 비율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상황이 이런 만큼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인구감소 현상은 해마다 빠른 속도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올해 이후 10년간 연평균 6만명 감소한다. 2030년에는 5119만9000명을 기록하고 2040년대에는 4000만명대, 2065년 이후엔 3000만명대로 각각 줄어든다. 2070년 예상되는 인구수는 3765만6000명으로 1979년의 총인구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100년 전으로 인구수가 되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0명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2031년 1.00명을 회복한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고령화가 진행돼 사망자수가 늘고 가임 연령대 인구가 줄어든 상태인 까닭에 총인구 감소를 막지는 못한다. 연간 출생아수는 2030년 이후 30만명대를 회복했다가 2055년 19만3000명까지 다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연간 사망자수는 올해 31만4000명에서 2070년 2배가 넘는 70만2000명으로 늘어난다.

국가 경제활동의 엔진으로 작용하는 생산연령인구(16~64세)는 50년 뒤 현재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명에서 2030년 3381만명, 2070년에는 1737만명으로 각각 감소한다. 2020년에 비해 생산연령인구가 54% 줄어드는 것이다. 더군다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대에는 생산연령인구가 연평균 36만명 감소하고 2030년대에는 53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인구절벽’이 2020년대부터 본격화한다는 의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생산연령인구가 더 빨리 줄어든다는 것은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증가세가 그만큼 빨라진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고령인구가 2020년 815만명에서 2024년 1000만명을 돌파하고, 2070년에는 1747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인구 비중은 2020년 15.7%에서 빠르게 증가해 2025년 20%, 2035년 30%, 2050년 40%를 각각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2020년 78만명에서 2023년 100만명을 돌파하고 2070년에는 544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통계청은 예상했다. 2020년에서 2070년까지 반세기 동안 무려 7배 정도로 증가한다는 얘기다.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근로자 한 사람이 부양해야 하는 사람 수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유소년·고령인구)는 2020년 39명에서 2070년에는 117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의 총부양비는 2020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207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38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의 파장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를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이 2041년에 적자를 보기 시작해 2056년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기재부의 예측은 2년 전 특별추계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다. 이번 추계대로 국민연금 수급자가 더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국민연금을 부을 인구가 줄어들면 연금 재정은 그만큼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2030년까지가 인구 문제의 위험에 대비할 마지막 기회”라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가 인구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공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