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 광경 하나.

국내 3대 타이어기업인 넥센그룹 강병중 회장. 그는 40년 이상의 세월 동안 ‘타이어 외길’을 걸어온 타이어 전문가로 통한다. 그의 좌우명은 ‘천고마비’로 알려져 있다.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뜻 대신 ‘천천히 고개 들지 않고 마음을 비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강병중 회장이 평소 얼마나 겸손하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 회장은 올해 경사를 맞았다. 정은보 새 금융감독원 원장이 맏사위다.

한데 1994년부터 부산상공회의소 제15, 16, 17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부산 경남 지역의 경제 원로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강병중 회장의 이름 석 자가 부산지역 한복판에서 ‘갑질 횡포’라는 험한 말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

# 광경 둘.

“넥센 강병중 회장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목숨 앗는 갑질 횡포.”

“국내 3대 타이어 기업 회장의 계약 갑질 횡포에 피눈물 흘리는 3000명의 가족을 지켜주세요.”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반여강변자동차매매단지 소상공인들의 절절한 외침이다. 이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삭발시위까지 감행한다.

반여강변자동차매매단지 시위 현장. [사진 = 반여강변매매단지위원회 제공
반여강변자동차매매단지 시위 현장. [사진 = 반여강변매매단지위원회 제공

17일 반여강변자동차매매단지관리(단지관리업체) 등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에 소재한 반여강변 자동차 매매단지 일상이 오는 12월 31일로 물거품이 돼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부산에서는 꽤 오랫동안 자리를 잡은 자동차 매매단지인 이곳은 2000년부터 2, 3년씩 임대 계약을 자동 연장하는 방식으로 22년째 영업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국에도 건물 노후로 인한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6억원 규모의 과감한 보수공사를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들의 상황이 악몽으로 변했다.

지난 9월 초 지주인 넥센타이어 강병중 회장이 외아들인 강호찬 넥센타이어 부회장에게 이곳 명의를 이전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9월 27일 날아든 한 장의 통지문(내용증명)에는 오는 31일까지 모두 정리하고 나가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동차 매매단지는 업의 특성상 이주가 그리 간단치 않다. 단지 내 1500대의 차량은 95%가 상품으로 등록돼 있어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많은 차량을 보관할 대형 점유지도 필요한 상황인데 차량 판매 상사, 거래처(카센터, 정비소), 제휴사(카드사, 보험사), 근린시설(카페, 옷가게, 편의점) 등 33개 업체가 3개월 안에 새로운 영업부지를 찾고, 이사를 위한 자금을 준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단지관리업체 측은 “무조건 소상공인인 우리 입장만을 봐 달라고 생떼를 부리는 게 아니다. 이곳 소상공인들이 노력한 세월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그대로 생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이주 준비 기간을 조금 더 확보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러한 현실은 무시된 채 자신들은 법적 문제가 없으니 얼토당토않은 기간을 조금 더 주겠다며 기일 안에 단지를 비우라는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들이 원하지 않는 대화나, 협의는 불가능했고 진심이 담긴 손편지를 전달했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이었다. 탄원서를 작성해 제출해 봤지만, 그 역시 소용없었다. 그들에게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란,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데 걸림돌이자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다”며 “협의는 비상식적인 보상과 같은 허무맹랑한 욕심이 아니다. 단지 이곳의 소상공인들이 쌓아온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3000명의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이주 준비 기간을 바라는 것”이라고 읍소했다.

이와 같은 갈등의 배경엔 부산 해운대구 센텀2지구 개발 이슈가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 단지관리업체 측의 설명이다. 강호찬 부회장이 설립한 법인 회사가 센텀2지구 개발에 맞춰 이곳에 주거용 오피스텔 등의 조성을 위해 단지관리업체를 내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넥센그룹 측은 나이스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 도시공학 전문가는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일부 지역의 지가와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면서 임차인이 해당 지역을 떠나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양 측의 상생에 대한 상식적인 합의와 진솔한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져야만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그나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넥센그룹 강병중 회장의 어록이다. 과연 그의 말이 공염불이 되진 않을지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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