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오미크론 전염이 최초 보고 한 달여 만에 발원지에선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오미크론 발생을 최초로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일일 발생건수가 현저히 감소중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 발생을 처음 보건당국에 알린 안젤리크 쿠체 남아공의사협회(SAMA) 회장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며 “진원지인 남아공 하우텡주에서는 확진자 수가 훨씬 더 줄었다”고 전했다.

오미크론 변이에 정통한 인물인 쿠체 회장은 앞서 오미크론은 확진자의 입원 기간이 평균 2.5일에 불과할 정도로 델타 변이에 비해 약한 증세를 유발한다고 언론에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오미크론 증상에 대해 “독감과 같다고 보면 된다”며 심한 두통과 몸살, 피로감 등을 거론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미국 시민들. [사진 = A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미국 시민들. [사진 = AP/연합뉴스]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 집계에 의하면 20일 현재 남아공의 하루 확진자 수는 8515명이었다. 사망자는 105명이었다. 남아공의 백신 접종 완료율이 26.3%를 기록한 가운데 나온 집계 결과였다. 일일 8000명대 확진자 수는 정점을 찍었던 지난 9일의 2만8868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남아공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최초로 발견돼 보고된 시점은 지난달 24일이었다. 최초 보고 직후 남아공에서는 확진자가 하루에 두 배로 늘어날 정도로 오미크론 확산세가 매서웠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여전히 전세계를 무대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CNN 보도는 뉴욕증시 등 세계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21일 뉴욕증시에서는 3대 주요지수가 1%대 또는 2%대의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경제 성장세가 오미크론 위험을 압도할 것이란 기대가 나타나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5% 상승했다.

세계 증시에서의 상승 반전은 지난 수 일 간의 주가 하락에 대한 반발 매수에 힘입은 측면도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경계심 약화가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미크론에 대한 인식 변화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서도 일부 감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오미크론 변이 대응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대국민 연설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우선 오미크론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절대로 전면 봉쇄를 단행했던 작년 3월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를 봉쇄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면서 한 발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남아공과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8개국으로부터 미국으로 들어가는 여행자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오미크론 발생 초기에 오미크론이 일찍이 퍼진 남부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오미크론 확산세 저지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연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미크론으로 인해 패닉 상태에 빠질 이유는 없지만 확산세가 심각한 만큼 전국민이 백신 접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는 “누구도 오미크론이 이렇게 빨리 퍼질 줄 몰랐다”며 “하루 단위로 50%, 100%, 200%, 500%로 확산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접종 완료자의 경우 중증으로부터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문제는 미접종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40만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졌다고 소개하면서 “그들 대부분은 미접종자였다. 대부분은 피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제발 백신을 맞아달라”고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자가진단 키트 5억개를 신청자에게 우편으로 무상 공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치명률 등 독성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는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확산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계예방센터(CDC)는 지난 주 미국 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중 73.2%가 오미크론 감염자였다고 20일 공개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에서 새로운 지배종으로 자리잡았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이달 들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오미크론 감염자가 차지한 비율은 1주차 0.4%, 2주차 13%였다. 그러던 것이 3주차가 되자 급작스레 70%를 넘어섰다.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오미코론 감염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20일 처음 보고됐다. 사망자는 50대 남성이었다.

오미크론 변이는 유럽에서도 아직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스 클루즈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장은 21일 오미크론이 유럽 53개국 중 적어도 33개국에서 보고됐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과 덴마크, 포르투갈 등에서는 오미크론이 코로나19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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