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혼여성들의 출산 기피 현상이 최근 10년 사이 급속도로 심해졌다는 통계자료가 공개됐다. 추세야 짐작한 대로이지만 이번 자료는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새삼 눈길을 끈다.

24일 통계청의 박시내 서기관과 박혜균 통계실무관이 ‘KOSTAT 통계플러스’ 2021년 겨울호에 게재한 ‘저출산 시대, 기혼여성 해석하기’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혼여성들의 출산율은 고령층으로 올라갈수록 현저히 줄어들었다. 출생연도별 출산율은 1970년생 94.3%, 1980년생 90.0%, 1990년생 56.5%, 1995년생 57.1% 등이었다.

전체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최근 10년간 4.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비율이 2010년 96%에서 2020년 91.6%로 하락한 것이다. 반면 무자녀 기혼여성이 전체 기혼여성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4.4%에서 2020년 8.4%로 4%포인트 증가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여기서 말하는 출산율은 ‘명’을 단위로 하는 합계출산율이나 출생률과는 다른 개념이다. 말 그대로 출산 경험이 있는 기혼여성들이 전체 기혼여성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따라서 1995년생 기혼여성의 출산율이 57.1%라고 해서 해당 연령대 기혼여성들이 평균 0.571명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57.1%의 여성 중엔 2명 이상의 아이를 낳은 이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 자녀를 둔 부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26세인 기혼여성들은 평균적으로 1명에 훨씬 못 미치는 아이를 낳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위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팩트 중 하나는 지금의 30대 기혼여성들의 출산율이 50%대까지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갈수록 아기 울음소리 듣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매년 유치원 취학연령 아동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들은 최근의 출생 코호트(통계대상 집단)에 속한 기혼여성일수록 출산율이 낮아진 원인으로 ▲혼인연령 상승 ▲출산시기 지연 ▲무자녀 가구의 증가 등을 지목했다. 집필진은 또 “결혼과 출산의 선택에는 결혼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 및 태도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지난 수십 년간 혼인과 출산의 주력 세대인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가 제도 및 정책변화 속도를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청년층 기혼여성들의 가치관 변화를 잘 보여주는 것이 무자녀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5~49세 무자녀 기혼여성 가운데 43.3%는 자녀가 없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래픽 = 통계청]
[그래픽 = 통계청]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의 배경이다. 그 배경으로는 결혼하기 힘들 만큼 늘어난 주거비, 아이를 낳아 키우기 힘들어진 사회 환경 등을 꼽을 수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누리는 즐거움보다 고통이 더 커진 것이 곧 기혼여성들의 아이낳기 거부로 이어졌을 것이란 의미다.

출산율 저하는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결과적으로 한 사회의 노인인구 비중을 늘림으로써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이는 곧 국가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최악의 경우 국가경제가 뒷걸음질 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에 맞춰 우리사회 전체가 아이들 양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다. 그건 곧 출산은 가임여성들이 하되 키우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몫이라는 인식을 확립하는 일일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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