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헌법재판소가 상여금과 월정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계산에 넣도록 규정한 최저임금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계산 때 상여금 등은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헌재는 최저임금법 6조 등의 개정 내용이 노동자의 재산권과 적정임금 보장 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함께 제기한 헌법소원 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2018년에 개정된 현행 최저임금법은 ‘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고 있다. 또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넣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심판정. [사진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심판정. [사진 = 연합뉴스]

노동계는 개정 법률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힘으로써 근로자들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기본급과 상여금, 수당 등을 모두 묶어 최저임금 기준에 맞추기만 하면 문제가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낮은 기본급에 상여금과 수당을 더해 받는 저임금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 임금 수준이 비슷하지만 단지 수당구조 차이로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저임금 근로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예를 들어 연간 복리후생비가 동일하더라도 두 달에 한 번 받는 근로자와 매달 받는 근로자 간에 불합리한 혜택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노동계가 지적한 법 조항들이 실제임금과 최저임금 간 괴리를 극복해주고, 고임금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리는 불합리를 개선해주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사용자가 최저임금 인상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지게 될 부담을 완화하고자 법 개정이 이뤄졌다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헌재는 또 개정 법률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기는 했지만 제한도 두고 있어서 저임금 근로자들의 불이익을 상당 부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규모나 정도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회사가 임금 지급주기에 관한 취업규칙을 바꿀 경우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규정한 최저임금법 특례조항(6조의 2)에 대해서도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회사가 임금 지급주기 관련 취업규칙을 변경하려 할 경우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이 조항이 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다수 의견 재판관은 단체교섭권이 제한되는 정도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관들 사이에서는 자유로운 단체교섭이 보장돼 있고, 단체협약의 효력이 취업규칙에 우선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국내 최저임금은 2017년부터 유독 빠른 속도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의 연도별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2020년 8590원, 2021 8720원, 2022년 9160원 등이다.

일자리위원회는 최근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 덕분에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이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일자리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의 연평균 노동소득분배율은 64.9%였다. 이는 노무현 정부(60.0%)나 이명박 정부(60.3%), 박근혜 정부(62.1%)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노동소득이란 근로자가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받는 급여를 지칭한다.

일자리위는 저임금(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중 차지하는 비율이 이전 정부 때보다 낮아졌다는 분석 자료도 공개했다. 일자리위가 밝힌 정부별 저임금 노동자 비중(연평균)은 노무현 정부 25.0%, 이명박 정부 24.6%, 박근혜 정부 23.9%, 문재인 정부 18.6%였다. 특히 지난해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16.0%로 가장 낮게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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