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31일 통계청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가 102.50(2020년 = 10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4.0%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올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2년 동안 이어져온 0%대 상승행진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면서 더욱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2019년과 2020년 국내 물가는 차례로 0.4%와 0.5% 상승하는데 그쳤었다.

올해 물가를 앞장서서 끌어올린 것은 농축수산물과 국제 원자재 가격이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장기간 억눌렸던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수요가 회복된 점도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다.

농축수산물은 지난해보다 8.7%나 올라 2011년(9.2%)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부 품목별 오름폭은 달걀 41.3%, 파 38.4%, 사과 18.5%, 돼지고기 11.1%, 국산 쇠고기 8.9% 등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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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제품 가격은 2.3% 상승했다. 이는 2012년(2.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에서 공업제품이 기여한 정도는 상품과 서비스 항목을 통틀어 가장 높은 0.80%였다.

공업제품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석유류(15.2%)였다. 석유류 가격의 연간 상승률은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탓에 2008년(19.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세부 품목별 상승률은 휘발유 14.8%, 경유 16.4%, 자동차용 LPG 18.0% 등이었다.

가공식품 가격도 우윳값 상승의 영향으로 2.1% 올랐다. 다만 전기와 가스, 수도요금은 정부의 가격 통제 여파로 2.1% 하락했다.

이상을 망라한 상품 부문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3.1%를 나타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전세가 1.9%, 월세는 0.7% 상승했다. 월세 상승률은 2014년(1.0%)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월세를 망라한 집세는 1.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7년(1.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일부 살아난 데 힘입어 외식비 등이 올라가면서 개인서비스 가격도 2.6% 상승했다. 집세와 공공 및 개인서비스를 망라한 서비스 가격의 연간 상승률은 2.0%로 집계됐다.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8% 올라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역시 2015년(2.2%) 이후 최고 상승률에 해당한다. 체감물가라 할 생활물가지수는 3.2% 상승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내년도 물가 상황이다. 지금 추세로 보면 내년에도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물가 상승세가 연말로 다가갈수록 가팔라진 것과 관련이 있다. 1월 0.9%였던 물가 상승률은 4월엔 2%대, 10~12월엔 3%대를 기록했다. 정부도 당분간 고물가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상고하저’ 운운하며 불안스러운 낙관론을 이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 물가상승세가 완만해질 것이란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반면 물가 불안이 장기화될 것임을 암시하는 흐름과 징후들은 곳곳에 널려 있다.

지금의 물가상승 흐름은 공급과 수요 양 측면 모두의 압박에서 비롯됐다는 특징을 지닌다. 국제적 원자재난과 유가 상승세 등에서 비롯된 공급 측면에서의 압박은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다.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박도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가까이 억눌려 있던 소비는 이제서야 조금씩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다는 근원물가가 2%에 육박한다는 점도 우려를 부추긴다. 게다가 석유류 가격을 좌우하는 국제유가가 장기간 높게 유지되고 있고, 기후변화와 각종 감염병 사태로 농축수산물 가격 불안이 상시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근원물가의 기조적 흐름에 대한 대표성도 적지 않게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고물가 현상이 상품 및 서비스 부문 모두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 그간 억눌렸던 전기료와 가스요금 등이 내년 2분기부터 연이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물가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들이다.

우리의 통계방식이 갖는 한계로 인해 유주택자들의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는 주거비가 소비자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물론 생활물가지수(작년 대비 3.2%) 이상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나타나는 물가의 지나친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임기 말 해이해지기 쉬운 기강을 스스로 다잡는 가운데 경제성장에 보다 심혈을 기울이면서 물가관리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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