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 전까지 양측의 법률대리인이 모두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7일 홍 회장측 소송 법률대리를 맡은 LKB앤파트너스(LKB)는 계약이행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에서 홍 회장과 한앤코 간의 계약에서 김앤장이 쌍방대리를 맡았다는 사실을 홍 회장이 모른 채 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에 계약 유효성에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 가처분 소송은 홍 회장과 대유위니아가 체결한 조건부 계약을 무력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앤코측 요청으로 진행됐다. 이날 LKB는 또 백미당 사업부 분할, 임원진 대우 등 두 가지 사안을 계약서에 추후 포함시키겠다는 매수인 측(한앤코) 법률대리인의 약속을 믿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양측 계약에 기망적 요소가 컸다는 주장을 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날 서울중앙법원에서 열린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에서는 홍 회장 측 LKB앤파트너스와 한앤코 측 화우가 각자의 주장과 근거를 제시했다. 

LKB측은 “김앤장이 채권자(한앤코)측 도장이 날인돼있지 않은 계약서를 가져와 홍 회장의 도장을 날인했기 때문에 법률자문이 아닌 법률대리 역할을 했고, 이는 쌍방대리를 금지한다는 변호사법에 위배되는 배임적 대리행위”라며 “대유위니아그룹과 홍 회장이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고 대유 측이 경영자문단을 파견한 것은 남양유업 경영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해당 업무에 필요한 자문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앤코측은 “남양유업 유가공업과 전혀 관련 없는 업종의 대유위니아가 경영자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남양유업의 기밀, 사업 노하우 등의 정보를 빼갈 우려가 크다”며 “분명 대유와 홍 회장 간 이면계약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회장이 본안소송을 계속 지연시키면서 대유가 남양유업 영업기밀을 빼돌릴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가장 크게 걱정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판사는 “계약과정에서 매수인, 매도인과 양측의 법률대리인이 모두 함께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법률대리인들은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판사는 홍 회장측 김앤장 변호사가 계약서에 홍 회장에 불리한 조항을 넣었다는 LKB측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배임행위에 해당하는데 이와 관련해 해당 변호사에 소송을 제기했느냐”고 물었고, LKB는 “아직까진 없다”고 답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대유와 홍 회장간의 조건부 계약이 한앤코와의 앞선 계약에서 명시한 ‘배타적 협상권’을 침해하는지가 중요 쟁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판사는 “한앤코와 홍 회장과의 주식매매계약 8조8항에 명시된 배타적 협상권에 따라 회사의 다른 기밀을 제3자에게 제공하면 안된다”며 “화우 측의 기밀제공 우려에 대한 주장이 일리 있기 때문에 LKB는 대유와의 새 계약이 배타적 협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해 8월 홍 회장 일가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어 남양유업이 홍 회장 측근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주주총회 개최를 추진하자 지난해 10월 15일 홍 회장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달 27일 한앤코가 승소했다. 이날 법원에서 요청한 서류 제출 마감 기한은 오는 1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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