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물적 분할 후 자회사 비상장 선언부터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확대까지, 포스코가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시장도 이를 반기는 모양새다. 포스코 주가는 올해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며 지난해 증권시장 폐장일 종가(27만4500원)대비 11.11% 상승했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는 각각 1033억원과 997억원을 순매수했다.

포스코의 주주가치 제고는 물적 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나이스경제와의 통화에서 “투명한 지배구조 등 향후 선진 지배구조를 위해 어떤 구조로 나아가야할 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할 것”이라며 “지주사 물적 분할부터 자사주 소각까지 모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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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지주사 체제 전환, 왜 물적 분할일까?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물적 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포스코가 처음 지주사체제로 전환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인적 분할을 할지 물적 분할을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증권가에서는 인적 분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에 더 무게가 실렸다. 지금까지 대부분 대기업 집단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인적 분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물적 분할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의 배경에는 포스코에 오너 총수가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은 대주주인 총수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적 분할은 모회사(지주회사)와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사업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이 인적 분할 방식으로 지주사를 설립하는 건 이후 주식교환을 하기 때문이다. 인적 분할을 하게 되면 주주는 자기지분을 자회사 모회사로 나눠 가져가게 된다.

가령 10의 규모를 가진 회사를 5의 규모를 가진 A와 B회사로 인적 분할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대주주가 기존 회사에 4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면, 인적 분할을 한 A·B 회사에 각각 2씩 지분을 갖게 된다. 이후 대주주는 B회사의 지분 2를 A회사에 팔고 A회사 지분 2를 받는다. A회사는 B회사의 지분 2를 갖게 되며 모자관계를 형성한다.

인적 분할로 지주사 전환을 하려면 사업회사 주식을 모두 팔고 지주사 주식으로 받는 대주주가 필요하다. 총수 입장에서 중요한건 그룹 지배력이고, 모회사를 소유하면 자연스레 자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총수에게 자회사의 지분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정부가 지주사 전환을 독려하고, 총수는 지배력 확대를 꾀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기업 집단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인적 분할을 해왔다.

하지만 포스코는 인적 분할을 통해 지배력을 높여야 할 총수가 없다. 그렇기에 대주주의 주식 교환이 있어야 하는 인적 분할은 포스코로선 좋은 선택이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이 같은 행보는 총수가 없어 가능하다”며 “자회사의 상장 가능성이 없다면 포스코 기업가치가 단독주주인 포스코홀딩스에 고스란히 반영돼 오히려 기존 주주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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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의 자회사 비상장에 대한 강한 의지

지난해 물적 분할은 소액 주주들에게 공포의 단어였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물적 분할 후 상장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외국계 증권사는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 분할한 이후 LG화학 목표 주가를 50% 내리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은 하루아침에 주가가 떨어지는 아픔을 맛봤다.

포스코가 물적 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도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물적 분할 후 철강 사업부를 상장시킬 것이라며 긴장했다. 철강 사업부를 상장시킨 돈으로 친환경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한다는 시나리오도 회자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포스코의 물적 분할 시도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자회사 상장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 추도식에서 “주주들이 오해를 해서 그런 거 같다”며 “우리는 다른 그룹들처럼 물적 분할하고 자회사를 상장하는 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단지 최정우 회장의 말로 끝이 아니었다. 포스코는 지난 4일 철강사업회사 포스코 정관에 제9조 주권의 상장을 신설하는 내용의 분할계획서 정정공시를 했다. 신설된 9조에서 포스코는 “본 회사가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또는 이와 유사한 국내외 증권시장에 주권을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단독주주인 주식회사 포스코홀딩스(3월 2일 사명변경 예정)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주 중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을 얻어야 통과된다. 향후 절대적인 주주 동의 없는 철강 자회사 상장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 9.74%를 보유하고 있고, 2대주주는 지분율 7.30% 씨티은행이다. 외국인 지분율도 50%를 웃돈다. 지분의 70%가량은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어 소액주주의 절대적 동의 없이는 자회사 상장이 불가능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존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도 유상증자를 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과 경영진이 지난달 13일 고(故)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맞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사진 = 연합뉴스]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과 경영진이 지난달 13일 고(故)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맞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사진 = 연합뉴스]

◇ 포스코, 자사주 소각에 이어 배당금 증대

포스코는 지난 5일 주주총회소집 공고 공시에 첨부한 임시주총 참고자료에서 현재 보유 중인 1천160만주(13.3%) 중 일부에 대해 연내 자사주 소각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경우 본질적으로 기업 가치는 불변이지만, 주식 수가 줄어들어 1주당 가치는 높아진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본항목인 자본금 또는 이익잉여금이 감소되므로 자본총계(자기자본)가 줄어든다. 따라서 소각 후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유통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당순이익(EPS)도 증가한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최근 수년간 주당 8000원~1만원을 지급했던 배당금을 최소 1만원 이상으로 늘린다. 배당은 가장 확실한 주주친화책 중 하나다. 기업 이익이 실질적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매년 한 번 이상 주주에게 통지하도록 기업에 권고할 정도로 중요한 경영 요소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중기 배당정책 기준인 지배 지분 연결순이익의 30% 수준을 배당으로 지급할 예정이며 그 이후 기업가치 증대를 고려해 최소 1만원 이상을 배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포스코의 배당 증가는 총수가 있는 대기업 그룹의 지주사 배당증가와 다른 의미가 있다. 통상적으로 소액주주들은 지주사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주사 지분은 대부분 총수일가 소유하고 있고, 증가된 배당금은 총수일가 주머니로 들어간다. 반면 포스코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고, 70%가량은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가 배당했을 때 총수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아 주주환원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 CI. [사진 = 연합뉴스]
포스코 CI. [이미지 = 포스크 홈페이지 캡처]

◇ 지배구조 모범사례와 주주가치 제고, 두 마리 토끼를?

기존 지주사 체제에 익숙한 한국 투자자들은 지주사 주식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자회사의 성장성을 하나도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주사가 물적 분할을 통해 사업을 100% 자회사로 가지고 있으면 이야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구글, 유튜브를 보유한 알파벳도 지주사지만 지난해 65%나 상승했다.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 확립과 투명한 지배구조, 이에 따른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다. 현재 포스코 기업가치는 신사업이 반영되지 못한 채 철강업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추정 PER 3배, PBR 0.5배. 포스코에 매겨진 시장 평가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주사 단독 상장, 100% 자회사 구조를 만들고 자회사 성장이 지주사 성장으로 이어긴다면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선구적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오는 28일 철강 사업회사는 비상장으로 유지하며 실적은 지주사로 반영되도록 하는 포스코 지주사 전환이 결정되는 임시 주주총회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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