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엉터리 세수추계’가 도마에 올랐다. 올해 예산과 관련해서만 세수추계가 세 번이나 틀린 데다 본예산 기준 세수추계 오차율도 20%가 넘어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세수추계의 큰 오차율은 국가의 재정운용 효율성 저하,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계 국세수입은 323조4000억원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국세수입이 2020년 12월 수준인 17조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를 합하면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모두 34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간 국세수입 추계는 세 차례나 수정을 거쳤지만 크게 빗나갔다. 정부는 지난해 본예산을 처음 짤 때 2021년 한 해 동안의 국세수입을 282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2021년 연간 국세수입이 314조3000억원으로 31조6000억원 더 걷힐 것이라며 이 돈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지난해 11월 기재부는 재차 국세수입이 19조원이 많은 333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가 이번에 또 8조원가량 더 걷힐 것이라고 추계했다. 결과적으로 세금을 걷어 보니 58조4000억원 이상 더 걷히면서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41조1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추계 오차율은 20%를 넘어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세수추계 오차율은 10%를 넘은 적이 없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를 판단하는 일은 이듬해 재정을 얼마나,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첫 단추인데 이를 처음부터 잘못 채웠다는 뜻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적정한 세입규모를 가늠할 수 있어야 지출규모를 정할 수 있다”며 “세입규모를 예측하지 못해 합리적인 지출규모를 정하지 못하면 정부가 위기상황에서 마땅히 해야 할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수추계 상 ‘역대급 오차’의 발생 원인은 정부가 지난해 경기회복세와 부동산·주식 거래 규모를 보수적으로 전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지출 소요가 많아진 상황에서 세금이 예상보다 적게 걷히는 ‘세수펑크’는 피해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여러 연구기관에서 내놓는 경제지표 전망치를 근거로 해마다 걷힐 세금규모를 예측한다. 주요 기초 자료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출입 증가율, 민간소비 증가율 등이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증시 전망, 국토연구원의 부동산 전망 등 자산시장 예측자료도 활용한다. 하지만 각 연구기관들이 경제지표를 정교하게 짜더라도 실제 경기는 다르게 움직이게 마련이다. 코로나19 같은 변수 등이 글로벌 경기 흐름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경기흐름과 동떨어진 정부의 현 세수예측 모델 수준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예측과 실제 지표 사이의 괴리가 너무 컸다. 예컨대 정부는 지난해 세수추계 당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로 봤지만, 실제 물가는 2.5%까지 치솟았다. 경상성장률도 정부 전망은 4.4%였으나 실제로는 5% 중후반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수출입 실적과 취업자수 증가폭, 자산가격 상승 등도 정부예측을 크게 벗어났다. 이에 따라 3021년 1~11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는 지난해 7월 2차 추경에서 전망한 것보다 각각 7조1000억원, 3조3000억원, 1조원 더 걷혔다. 다음 달 발표되는 12월 세수까지 포함하면 연간 초과세수는 본예산 대비 6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세수오차는 21.4%로 1990년(19.6%) 이후 가장 커진다.

기재부의 세수예측 실패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이후 2019년(-1조 3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연도에 모두 초과세수를 기록했다. 이는 과거 정부가 3년 연속 세수결손을 경험한 후 세수전망 기조를 보수적으로 바꾼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수결손은 2012년 2조7000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으로 이어졌다. 세수결손 규모가 점점 커지자 “정부가 경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정부는 세수전망 모델을 재점검해 2015년 세수결손에서 탈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마다 초과세수가 늘어나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했다. 2015년 2조2000억원이던 초과세수는 2016년 9조8000억원, 2017년 14조3000억원, 2018년 25조4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가 부랴부랴 세수추계 모형을 다시 다듬었지만 역대 최악의 세수추계 오차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초과세수가 25조원을 돌파했던 2018년 국회예산정책처는 “낙관적인 국세수입 전망은 세수결손을 초래해 재정 건전성 악화, 재정 지출의 자율성 제약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도 “보수적인 국세 수입 전망 역시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낮추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세수추계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세수추계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기재부가 외부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다 정교한 세수전망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흔히 ‘세수추계 모델’이라고 부르는 그 모델이 정부에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초과세수는 코로나19 등의 대외변수를 고려해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세수추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쥐고 있지만 제대로 추계할 인적역량이 취약하고 민간전문가들은 정부보다 나은 전망모형을 만들 수 있지만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양쪽이 힘을 합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전망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음 달에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 최종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11·12월 수출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취업자수도 증가하며 자산가격도 상승하는 등 예상보다 경제회복이 강해진 점을 고려하면 초과세수도 전망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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