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중국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회수에 나서고 있는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의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가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려간 3.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이 단순히 자국 내 은행들의 대출금리를 취합해 집계한 뒤 발표한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그와 다르다는 게 시장의 인식이다. 인민은행이 중국 금융기관들의 금리 수준을 관리하고 있다는 게 통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민은행이 매달 20일 발표(고시)하는 월별 LPR 집계치는 사실상 중국의 기준금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은행 청사. [사진 = EPA/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은행 청사. [사진 = EPA/연합뉴스]

이달 들어 0.1%포인트가 또 인하됨에 중국의 1년 만기 LPR은 두 달 연속 인하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1년 만기 LPR은 전달 대비 0.05%포인트 인하된 것으로 집계됐었다. 지난달 중국에서의 LPR 인하는 2020년 4월 이후 처음 나타난 일이었다.

이달에는 지난달엔 동결됐던 5년 만기 LPR도 0.05%포인트 내려가 4.6%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긴 하지만 중국의 LPR 인하 고시는 예견된 일이었다. 인민은행은 금리정책 변화를 예고하듯 지난 17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0.1%포인트 내린 바 있다.

보다 구체적인 신호는 류궈창(劉國强) 인민은행 부행장의 이틀 전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발신됐다. 류 부행장은 현재 중국경제가 3중 압력에 직면해 있는 만큼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매체 펑파이 등의 보도에 따르면 류 부행장은 회견에서 “통화정책 도구함을 더 크게 열어 신용대출이 갑자기 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금융기관들도 능동적으로 좋은 프로젝트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안전한 고객을 찾아 대출에 나설 것을 독려한 셈이다.

류 부행장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져 있는 연초부터 정책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신속히 움직이겠다는 방침도 함께 전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이 또 다른 통화정책 도구인 지급준비율(지준율) 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지준율은 각 금융기관이 예금 인출에 대비해 적립해두는 준비금의 비율(예금 잔액 대비)을 지칭한다. 중앙은행은 이 비율을 하향조정함으로써 각 금융기관들의 대출 여력을 키워줄 수 있다. 결국 지준율 인하는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인민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경제의 급격한 성장세 둔화와 관련이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세계적 긴축 흐름에 역행하면서까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만큼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은 지난해 1분기만 해도 기저효과 등을 업고 18.3%의 성장(전년 동기 대비)을 이뤘지만 그 다음의 분기별 성장률은 7.9%, 4.9%, 4.0% 등으로 급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세계적 투자은행들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4.3%, 4.9%에 그칠 것이라고 각각 전망하고 있다.

중국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들은 올해 가을 20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기틀을 다지려는 중국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경기 활성화로 축제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대관식’을 치르려는 시 주석이나 중국 정부로서는 비상 상황을 맞은 것이다.

결국 인민은행의 최근 움직임은 올해 기필코 5%대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등 선진국이 긴축정책을 강화해나가는 가운데 중국 같은 신흥국이 그 흐름에 역행할 경우엔 자본 유출과 자국 통화가치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겪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중국은 당장의 부작용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 달러 자금 유입이 원활하기 때문에 미국 등으로의 외화 유출이나 위안화 평가절하 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 3조3640억 달러(약 3996조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전년보다 29.9% 늘어난 결과였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6764억 달러(약 806조1300억원) 흑자였다. 지난 한 해 무역수지 흑자액만 해도 웬만한 나라의 와환보유고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환율이 미국 등과의 금리차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점도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켜주고 있다. 핑안증권의 웨이웨이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위안화가 뚜렷한 평가절하 추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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