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국내외 증시에 불안감이 밀려들고 있다. 결정적 신호는 지난주 연출된 뉴욕증시의 근래 보기 드문 하락세였다.

뉴욕증시에서의 혼돈은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오히려 승승장구했던 넥플릭스와 미국 줌(Zoom) 등의 주가가 폭락함으로써 더 뚜렷하게 부각됐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넷플릭스 주가는 하루 동안에만 21.8% 폭락했다. 지난해 11월의 고점 대비 하락률은 43%인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는 하루 전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줌 주가는 2020년 10월의 고점에 비해 73% 폭락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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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4.5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68%, 나스닥지수는 7.55% 하락했다. 당분간 분위기 반전이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는 지표도 눈길을 끈다. 월가에서 ‘공포의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28을 넘어서며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다시 올라갔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거래되는 S&P500 지수옵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가 28을 넘었다는 것은 향후 한 달간 주가지수가 28%까지 등락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뉴욕증시가 출렁이자 ‘슈퍼버블’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헤지펀드 GMO 창립자인 제레미 그랜섬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뉴욕증시가 45% 폭락할 가능성을 거론해 긴장감을 자극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오미크론 변이가 무섭게 확산하면서 미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국제원자재 가격 등 물가의 고공행진은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테슬라, 애플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분기 실적을 내놓지만 시장의 기대에 호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욕증시에서의 혼돈에 국내 증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혼란의 정도가 뉴욕증시 만큼은 아닐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증시에 변수로 작용할 국내외 이벤트를 주시하며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신경쓰며 지켜볼 일은 25~2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다. 이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회의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27일 새벽 3시를 전후해 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전 포인트는 연준이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 여기에 더해질 대차대조표 축소 등에 대한 일정을 발표할지 여부다. 설이 무성한 가운데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연준이 긴축 일정을 보다 구체화해줄 경우 증시엔 어느 정도 안정감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하나를 둘러싸고도 이번 달 0.25%포인트 인상설, 3월 0.5%포인트 인상설 등이 난무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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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8일 연이어 발표될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과 12월 개인소비지출(PCE)도 눈여겨 볼만한 요소들이다. 경제 성장률과 PCE는 연준이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참고 자료들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공모주 청약 광풍을 일으키며 시선을 끈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주식이 27일부터 거래된다. 시장의 관심은 LG엔솔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이후 상한가로 거래를 마침) 달성 여부에 모아져 있지만, 한쪽에선 대형주 등장에 따른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LG엔솔 상장으로 인해 국내증시에서의 수급 여건이 악화돼 코스피 지수의 전반적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우려의 요지다.

한편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2.29포인트(1.49%) 내린 2792.0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800 아래로 내려간 건 13개월 만의 일이다. 이날 하루 코스닥지수도 27.45포인트(2.91%) 떨어져 915.40으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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