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인 맘스터치가 자진 상장폐지를 선언했다. 맘스터치는 “회사 경영의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상장폐지 이유를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맘스터치의 최대 주주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지난 20일 맘스터치앤컴퍼니의 주식 1608만7172주(전체 주식수의 15.8%)를 주당 6200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전날 종가(5200원)보다 19% 비싸다. 공개매수 대상 주식 가운데 1179만8185주(11.59%)는 한국에프앤비홀딩스가, 428만8987주(4.21%)는 맘스터치가 각각 매입할 예정이다. 공개매수 기간은 2월 15일까지다. 공개매수는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매수 희망자가 주식의 매수 기간, 가격, 수량 등을 공개 제시해 다수의 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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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가 성공하면 한국에프앤비홀딩스와 맘스터치는 각각 79.08%, 20.92%의 지분을 보유하게 돼 상장폐지를 신청할 수 있다. 상장사 규정상 대주주가 상장주식의 95% 이상을 확보하면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가 2019년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맘스터치는 “공개매수자(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회사의 상장 폐지를 통해 대상 회사(맘스터치) 경영활동의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확보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키고자 한다”며 “상장사라 (부정적인) 보도가 나올 경우 가맹점 매출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외부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맘스터치는 2016년 스팩 합병 방식(비상장 기업이 합병을 통해 주식시장에 우회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케이엘파트너스는 2019년 말 한국에프앤비홀딩스를 통해 맘스터치 창업자인 정현식 전 회장의 지분 57.85%(1938억원)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주식 67.49%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맘스터치의 누적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늘어난 2216억8646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3.9% 증가한 292억4498만원에 이른다. 매장수는 지난해 말 기준 1352개로 업계 1위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맘스터치의 자진 상장폐지를 최대주주가 매각 등 투자금 회수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맘스터치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에 대해 맘스터치 측은 “아직 재매각 추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맘스터치의 경우엔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만큼 자금조달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번거롭게 상장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맘스터치의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보통 자금조달을 위해 상장한다”며 “맘스터치는 사모펀드가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있으니 (상장폐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장사는 기업 인수·합병(M&A) 등 법인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공시의무가 있는데, 이런 의무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견해도 있다. 비상장사로 돌아가 공시의무가 없어지면 경영정보 노출을 차단하고 경영권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상장폐지를 한 뒤 주주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과감한 기업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향후 재상장하는 방식으로 더 큰 시세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상장폐지를 할 경우 본사와 가맹점주 간 정보 비대칭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상장기업인 맘스터치는 그동안 공시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등을 공개해왔다. 이를 근거로 가맹점주들은 본부의 원부자재 가격 인상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장폐지가 이뤄지면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경영실적과 회계실태 등을 빠르게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지난해 초 가맹점주들이 일방적인 원재료 가격 인상 등에 반발해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려고 하자 맘스터치는 이를 주도한 가맹점주에게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원부자재 공급 등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맘스터치는 현재 해당 혐의(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 위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엘앤파트너스로서는 맘스터치가 구체적인 실적이 공개되는 상장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측면에서 공개매수 기업 투자의 장점은 무위험 차익거래와 다름없다. 지난달 공개매수를 선언했던 게임업체 SNK를 예로 들어보자. SNK 최대주주인 EGDC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3만7197원이다. 만약 공개매수 선언 직전인 지난해 12월16일 1주당 2만1050원(종가 기준)에 SNK 주식을 샀다면 76%가량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상장폐지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개매수 기간에 사들인 주식이 적으면 공개매수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부진해 공개매수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공개매수가 실패하면 공개매수를 기대하고 비교적 오른 가격에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는 손해를 입게 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소액주주들이 생각만큼 주식을 내놓지 않아 자진 상장폐지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주가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맘스터치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공개매수 종목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공개매수 가격의 적정성이나 최대주주 지분율 등을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자금력이 넉넉한 기관투자자들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은 잘못했다간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개매수 주체에 대한 신뢰, 공개매수 목적과 가격 등을 꼭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살펴본 뒤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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