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속적인 하락일까, 일시 조정일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향후 가격 추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심상찮은 하락세를 들어 가상화폐의 겨울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지금까지 나타난 가상화폐 가격의 장기 추세를 고려할 때 지금 정도의 가격 흐름은 조정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요즘 주요 가상화폐 가격은 전고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간 채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6일 현재 가상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의 국제시세는 3만6000달러(약 4300만원) 선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 기록된 역대 최고가(6만8990.90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값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4일엔 한 때 3만3000달러 아래로 내려간 적도 있다. 3만 달러는 비트코인 가격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의 가격도 작년 11월의 최고가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했다. 솔라나는 60% 이상 가격 하락을 겪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증발된 시가총액만 해도 1조 달러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 증시의 약세를 지목하고 있다. 뉴욕증시가 변동성을 키우며 요동치는 것과 함께 가상화폐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가상화폐가 미국 증시와 동조화(커플링)되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회피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알려져 있던 가상화폐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강화 기조 속에 가격 약세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해석이 맞다면 가상화폐의 앞날은 당분간 밝지 않다고 보는 게 옳을 수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과 뉴욕증시의 S&P500지수 간 상관계수는 최근 들어 0.41로 올라갔다. 지난해 9월의 0.1에 비하면 4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7~2019년엔 이 상관계수가 0.0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 계수는 1에 가까워질수록 비트코인과 S&P500지수가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로이터는 이를 토대로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금리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금융시장과 함께 요동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뉴욕증시의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연준이 테이퍼링(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축소) 일정을 앞당기기로 한데 이어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늘리고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를 연이어 단행할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 그 원인이다.

연준의 긴축 강화 목적은 당연히 장기화되고 있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모아져 있다. 뉴욕증시와의 동조화 여부를 논하기 이전에 이는 우선 가상화폐가 갖는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서의 효용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뉴욕증시는 26일 낮(한국시간 27일 새벽 3시경)에 전해질 연준의 통화정책회의(FOMC: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긴축 스케줄 이행과 관련한 시간표를 보다 명확히 제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긴축 이행 속도가 시장의 전망보다 더 빨라질지 여부다. 예를 들어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당초 시사했던 것보다 앞당길지, 연내 인상 횟수를 더 늘릴지, 양적긴축의 시작 시점과 규모는 어느 정도일지 등이 구체적 관심사들이다.

하지만 세세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간표만 보다 명확히 제시해준다면 시장 불안의 중요한 요소인 변동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사진 =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향후 가상화폐 가격 흐름에 대해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마커스는 지난 24일 트위터에 가상화폐의 겨울이 다가와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고 사업가들이 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은 가상화폐의 겨울 기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토큰 가격을 올리려 하는 대신 문제 해결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BNP 파리바 자회사인 리서치 업체 라텔리에의 나디아 이바노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중립적인 가상화폐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가상화폐의 겨울이 왔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시장이 냉각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 원인으로는 위험자산 전반의 가치하락 및 회수 등을 거론했다.

가상화폐 시장 상황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의 과거 추세를 살펴보면 가격과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난 다음엔 가격이 급락하는 패턴이 나타나곤 했다는 게 그 배경이다. 그에 따라 30~50% 범위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진 전례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의 겨울로 분류됐던 2017년 말~2018년 초, 비트코인 가격은 전고점 대비 80% 정도 하락한 바 있다. 그에 빗대 설명하자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주요 가상화폐 가격의 흐름은 ‘조정’이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흐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최악의 경우에도 3만 달러 선에서 버텨줄지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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