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증시가 연이은 악재로 불안감에 휩싸였다. 고물가 행진과 궤를 같이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줄기찬 긴축 압박도 버거운 마당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냉랭해진 것이다.

굵직한 악재가 겹치자 뉴욕증시에서는 지난 11일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나스닥 등 주요지수들이 1~2%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그 여파로 14일 코스피는 종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오전 한때엔 2700선마저 붕괴됐을 만큼 시장엔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잖아도 찬바람이 불던 증시에 한파를 보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증폭이었다. 미 백악관은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현지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즉각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의 자국 대사관에 필수 인력만 남기고 철수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 날짜를 16일로 지목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정상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침공 날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 양측 외무장관 및 대통령이 각각 전화통화를 하면서 사태 해결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한 점도 긴장감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고의로 흘리며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동태를 주시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러시아가 당장이라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행정부는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행해지는 러시아의 병력 증강 움직임 등을 실시간 중계하듯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을 조작할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긴장감을 자극하고 있다. 조작설의 골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공격하는 모습의 가짜 영상을 제작한 뒤 이를 배포할 것이란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물론 미국 행정부의 의도가 불분명한 가운데 증시에서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전쟁이 시작되면 유가 등 물가가 더욱 치솟고 달러화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려는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증시는 미국의 고물가와 그로 인한 연준의 긴축 강화 행보에 움츠러든 모습을 보여왔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오른 미국의 고물가 행진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7.5%에 이르렀다. 이로써 연준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더 강해졌다.

현재 시장이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대상은 오는 16일 연준이 공개할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의사록이다. 지난 1월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의사록 공개는 연준 위원들이 당시 회의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를 보다 명확히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금의 고물가 상황과 금리인상 및 양적긴축 스케줄에 대해 세부논의가 있었는지 등이 관심의 골자라 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다음달 FOMC 회의(15~16일)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취할지 여부에까지 나아가 있다. 기준금리와 대차대조표 축소를 동시에 시작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14일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가 CNBC와 인터뷰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준 위원들이 줄줄이 공개발언에 나서는 점도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주 블러드 총재는 연준이 오는 7월까지 금리를 1%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증시를 휘감은 불안감은 연준의 다음달 FOMC 회의가 열릴 때까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은 편이다. 결정 내용이 무엇이 되든 그때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그런 관측의 배경이다.

일부 긍정적 요인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에서의 소비심리 개선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 국내에서도 방역 규제 완화로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움직임과 경기둔화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을 점치면서 “고물가와 공급병목 관련 지표들이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1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32.61포인트 낮은 2715.10으로 거래를 시작한 이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수는 결국 전장 대비 43.23포인트(1.57%) 하락한 2704.48로 마무리됐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