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세계증시를 또 한 번 긴장시켰다.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불안감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확대재생산된 것이다. 팽팽한 긴장감은 이번 주 내내 이어지며 증시 내부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수일 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고 공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정황들도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서는 러시아가 피란민 유입에 대비해 국경을 개방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는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반군 간 교전이 있었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졌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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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뉴욕증시에서는 지난 한 주 동안 3대 지수들이 나란히 2% 가까이 하락했고, 대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 바람에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92%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채 가격과 국채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 속성을 지닌다.

우크라이나발 긴장감은 오는 23일 열릴 것으로 알려진 미국-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을 고비로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이 회담에서 당장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젠 상수가 되다시피 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도 증시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시장은 지난 16일 공개된 연준의 1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이 돌발적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데 대해 일단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의사록은 기존의 긴축 계획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내용 자체는 여전히 매파적이었다는 의미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안에 7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은 나란히 연내 7차례 인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한꺼번에 0.5%포인트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연준은 올해 안에 FOMC 회의를 일곱 차례 더 진행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회의 때마다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고, 최대한으로는 올해 중 2%포인트나 올라 기준금리가 2.00~2.25%에 도달할 수도 있다.

긴축 기조가 굳건해진 가운데 오는 25일엔 연준이 선호하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발표된다. 이 지표는 연준의 공격성이 향후 어느 정도까지 강해질지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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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도 눈여겨 볼 이벤트다. 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선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세 차례나 올렸고 현재 미국과의 금리 차가 1%포인트로 벌어져 있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통화정책 회의 이후 한은이 내놓을 메시지에는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 금리수준에 대한 한은 내부의 평가에 변화가 있는지 여부가 주요 관심사가 될 수 있다. 금리 동결을 전제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위원들의 소수의견이 얼마나, 어느 정도 강도로 나올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사안이다. 이번 이후 한은의 금통위 정례회의는 4, 5월에 열린다.

21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37.87포인트(1.38%)나 낮은 2706.65로 출발했으나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간 결과 낙폭을 0.72포인트(0.03%)로 줄였다. 최종가는 2743.80이었다.

한편 뉴욕증시는 이번주 첫날(현지시간 21일)  ‘대통령의 날’을 맞아 하루 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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