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코로나19 유행의 정점 도달 시점이 보건 당국이나 전문가들 예상보다 다소 빨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또 정점 도달 직후 그 기간이 비교적 길게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전망들이 제기됐다.

2일 보건 당국이 발표한 0시 기준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1만9241명에 이르렀다. 전날에 비해 8만248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최근 국내 확진자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 보도 상으로는 일일 확진자 수가 100만을 넘어갔던 미국에서도 최근 들어 그 수가 5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과 대비된다.

이날 현재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국가별 일일 확진자 수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4만2000명대로 내려갔다. 영국·프랑스 등 심각한 대유행에 시달렸던 유럽 국가들의 신규 확진자 수도 하루 10만명 이내로 감소했다. 이웃 일본에서도 미국·유럽 수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지난달 9일부터 뉴욕과 워싱턴주를 포함한 21개 주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을 해제했고 영국은 지난달 24일부터 방역조치를 일괄해제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 코로나19 유행의 전개 양상은 나라마다 조금씩 달랐다. 미국이나 영국·프랑스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점인 지난해 12월부터 오미크론에 의한 대유행이 시작됐고, 대유행 시작 5~6주 만에 정점에 도달했다.

이와 달리 독일과 덴마크, 일본 등에서는 미국 등보다 늦은 지난 1월부터 오미크론에 의한 대유행이 시작됐고, 이후 9~10주 만에 정점에 이른 뒤 최근 들어 현저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싱가포르나 뉴질랜드와 함께 이들 국가보다 더 늦게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게 됐고, 그 결과 이제 막 정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확진자 수 급증세는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일의 신규 확진자 수 21만명대 기록은 오는 9일쯤 23만명에 이를 것이라던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전망이 일주일가량 앞당겨졌음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정점에 도달하는 시간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주 확진자 수 평균치가 2배로 올라가는 일명 더블링 현상이 조금은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런 분석의 근거다. 1일의 신규 확진자 수는 1주일 전인 지난달 23일(17만1451명) 대비 1.3배 수준이다. 이는 더블링 현상이 크게 완화됐음을 보여준다.

당초 많은 연구기관들은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의 정점이 이달 6~15일 하루 18만2000~35만4000명 규모의 신규 확진자를 내는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1일 확진자 수가 21만명대를 기록하는 바람에 진행 속도가 기존 전망보다 빠르다는 점을 짐작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증가 속도가 주 단위 비교시 둔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다음 주를 비롯해 한동안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정점 그래프가 뽀족한 송곳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 모양을 이룰 것이란 추정을 가능케 하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전망도 전문가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유행 확산의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졌지만 확진자 증가폭 자체는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하면서 “지난주부터 증가율이 둔화하기 시작했고, 이번 주에도 증가율이 상당히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는 이어 “이렇게 증가율이 둔화하면 정점에 가까워진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주 내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면 전문가들 예측대로 1~2주 사이에 정점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주부터 증가 속도가 둔화하겠지만, 증가세 자체는 다음 주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달 초에서 중순 사이 26만∼27만명 수준의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 수 증가세가 정부 예상보다 빨라 이번 주와 다음 주 20만∼30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문제인 위중증 환자 수는 정점 이후 1~2주까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위중증 환자는 그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위중증 환자 수는 1일까지 사흘째 7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일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본격화됨으로써 소아·청소년 확진자 수 급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의 감염은 가족 감염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개학 후 2~3주가 지나면 소아·청소년 확진자 수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