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나자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또 한 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른 바 허니문 랠리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증시 일각에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허니문 랠리란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경제·사회적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대감이 조성됨에 따라 증시가 한동안 활성화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하지만 허니문 랠리가 실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다수 분석가들은 새 정부 출범과 주가지수 사이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할 정책 방향을 고려해 종목별로 희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이번처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고 아파트 재건축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는 만큼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새로 여당이 될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이 시장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펼치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이란 기대가 증시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기대가 현실화하려면 실질적인 정책 운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허니문 랠리의 실재 여부는 과거 정권교체 당시의 주가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해진다. 유진투자증권이 공개한 역대 코스피 등락률 자료에 따르면 대선 이후 1년여 동안 코스피지수는 유의미한 공통점을 보이지 않았다.

자료에 의하면 코스피지수는 13대(노태우 후보 당선)와 14대(김영삼 후보 당선), 15대(김대중 후보 당선), 16대(노무현 후보 당선) 대선 이후엔 상승했다. 대선 이후 1년 동안 나타난 각각의 상승률은 차례로 91.0%, 30.8%, 25.4%, 14.4% 등이었다. 문재인 후보 당선(19대) 이후 1년 동안에는 코스피가 6.6% 상승했다.

반면 이명박 후보(17대)와 박근혜 후보(18대)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1년 동안에는 코스피 지수가 각각 36.6%와 0.9% 하락했다. 대선 직후 6개월 동안을 대상으로 지수를 분석한 결과 13대, 14대, 19대 이후엔 플러스 행진을, 15~17대 대선 이후엔 마이너스 행진을 보였다.

각 대선 이후 증시의 흐름은 제각각이었지만 전반적인 추이는 상승 쪽으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12대 전두환 대통령 당선부터 19대 문재인 대통령 당선까지 총 8번의 대선을 중심으로 6개월과 1년 이후 기간을 살펴보면 코스피는 평균 9.3%, 19.1%씩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기적으로 볼 때 주가지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상승 추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예시하자면 1987년 1000 언저리를 배회하던 코스피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추세적 상승 흐름을 이어온 결과 이달 현재 대체로 2600대~270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 코스피지수의 시계열 분석이 가능한 기간을 대상으로 분석해보면 국내 주가는 대선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코스피지수는 1983년부터 지금의 시가총액식 주가지수로 바뀌었다. 즉, 지금의 코스피지수는 비교시점의 시가총액(시총)을 기준시점(1980년 1월 4일)의 시총으로 나눈 뒤, 그 수에 100을 곱한 결과치를 말한다.

코스닥지수를 살펴보면 대선과 주가의 상관관계에 대해 더욱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미국의 나스닥을 모델 삼아 1996년 개설된 코스닥은 대선 직후 지수가 하락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 결과 코스닥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대선 이후 6개월과 1년 후 각각 -4.1%, -12.8%를 기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987년 이후를 대상으로 대선 전후 100일간의 코스피 추이를 살펴보면 대선과 주가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선 이후 연차별 코스피 수익률을 따져보면 1, 2년차 평균치가 18.9%로 비교적 높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대외 변수에 의해 주로 움직일 뿐 대선 이슈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그런 분석을 제시하는 인물 중 한명이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대외적 이슈인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증시를 압도하고 있어서 상승 모멘텀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이 증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KB증권 김효진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우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선거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경기변동보다 대외 이슈가 경기 사이클을 좌우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외교역 환경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내수 관련 정책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대선 이슈가 증시 전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당선인의 공약 등에 따라 업종별로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는 별반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조만간 정점을 찍고 점차 해소되면 내수가 회복되고 그에 따라 증시가 보다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대선이 증시에 미칠 영향과 관련, 업종 중심 변화를 강조하면서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으로 원전과 건설 등을 지목했다. 김성근 한투증권 연구원은 탈원전 정책의 공식폐기와 함께 탄소중립 전략도 그에 맞게 수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또 규제 완화로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 정책이 실행되면서 건설 부문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정보기술(IT) 관련 산업의 발전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원전과 플랫폼, 건설, 교육, 게임, 가상화폐 관련 산업에 단기적 관심이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내수소비·건설·원전 등의 분야에,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경제 발전과 연관되는 IT·모빌리티·바이오헬스·이동통신·항공우주·로봇·블록체인·메타버스 등의 분야에 주목할 것으로 주문했다.

업계가 노동개혁을 희망하고 있고 새 정부가 어느 정도 그 같은 요구에 부응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증시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전 정부 때에 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그로 인해 기업 이익이 증대되면 주가 흐름에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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