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의 정점이 눈앞에 다가온 듯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유행이 정점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조를 지나 추세적 감소로 바뀌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은 국내 코로나19의 정점 구간이 향후 2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데 모아져 있다. 김부겸 총리도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 열흘 이내에 정점을 지나게 되고 주간 평균 일일 확진자 수는 최대 37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 총리의 발언대로라면 국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앞으로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게 된다. 정부 당국의 정점에 대한 전망이 거듭 수정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점시 확진자 수는 40만을 넘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김부겸 총리(왼쪽)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부겸 총리(왼쪽)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배경에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어진 ‘정치방역’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정점이 지나지도 않은 시기인데다 확진자 수가 더블링 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방역 관련 규제들을 서둘러 해제 또는 완화한 것이 그 방증이다.

정부의 예측이 이번엔 맞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인구 5000만 남짓의 우리나라가 일일 신규 확진자 40만을 넘보는 상황에서 정점을 맞는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못하다. 우리의 6배 규모 인구를 지닌 데다 개인 방역이 우리보다 철저하지 못한 미국에서도 정부 공식 발표상 오미크론 일일 신규 확진자 최대치는 80만명 수준에 그쳤었다.

다수 전문가는 우리의 정식검사 역량의 한계를 감안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일일 확진자 최대 수치를 30만명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 증상이 있음에도 정확한 검사를 받기가 어려워서, 또는 경증으로 인해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하는 사람과 무증상 감염자 등을 두루 감안하면 실제 감염자수는 정부 발표치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경우 외국에 비해 정점 구간이 상대적으로 길게 이어질 것이란 달갑잖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들이 정부의 방역 지침을 워낙 잘 따른 탓에 자연면역을 획득한 사람들의 비율이 서방 국가들에 비해 낮다는 게 그 이유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해외사례에서는 인구의 20% 정도가 감염된 뒤에라야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소개하면서 우리의 경우 하루 30만명이 감염된다 해도 향후 보름 정도는 지나야 정점 구간이 끝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10일 현재 누적 확진자 수는 총 582만2626명이고, 국내 인구(주민등록상 지난해 말 기준 5164만명)의 20%는 1033만명 수준이다.

신규 확진자가 봇물 터진 듯 불어나자 정부는 진작부터 감염병 관리의 초점을 위중증 환자 관리와 사망자 최소화에 맞추고 있다. 하지만 감염자 수의 절대치가 당초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바람에 그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위중한 확진자들이 입원조차 못한 채 구급차를 타고 병상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사례를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위중증 환자 대비에 문제가 없다는 말만 습관처럼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 수가 1000명이 넘어선 지금도 차질 없는 치료가 2000명까지는 가능할 것이란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병상 효율화를 꾀하면 2500명까지 관리가 가능하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입·퇴원 수속 과정에서 환자가 중복되는 현상 등을 고려하면 실제 가동 가능한 병상의 점유율 한계는 80% 정도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유 병상이 있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병상을 맡을 전문 인력과 장비 등이 함께 갖춰져야 하는 데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인력과 장비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물론 정부도 나름대로는 시스템 가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증으로 호전된 환자는 속히 일반병실로 옮겨가게 하고, 60대 이상 확진자에게는 확진기관에서 곧바로 치료제를 처방해주어 초기 치료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것 등이 그 대안들이다. 정부는 또 다음 주부터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PCR(유전자증폭) 검사처럼 확진 판정 자료로 인정함으로써 감염병 선제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근본적인 조치는 국민 개개인이 이상 증상을 느꼈을 때 재빨리 증상을 호소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짜증스러워하는 점은 아파도 아프다고 하소연하고 감염 여부를 문의할 곳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마침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완치돼 돌아온 김 총리도 그런 현실을 실감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11일 중대본 회의에서 자신의 재택치료 경험을 거론하면서 재택치료 환자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체에 변화가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은 총리조차 자신의 증상에 대해 시스템을 통해 문의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당사자에겐 불행한 일이었지만 김 총리의 확진 경험이 이제라도 가장 기초적인 서비스 단계부터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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