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의 간판세대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1980~1995년생)가 20년 전 같은 연령대에 비해 4.3배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집값 급등에서 비롯된 ‘영끌’, ‘빚투’, ‘패닉바잉’ 현상으로 늘어난 이들의 빚이 우리 경제의 활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내놓은 ‘BOK 이슈노트-MZ세대의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MZ세대는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나라 인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득과 자산, 부채, 소비 등에서 이전 세대보다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연령대 별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와 X세대(1965~1979년생), MZ세대로 구분해 분석했다. 2020년 기준 MZ세대는 243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들은 X세대(1259만명)와 베이비붐 세대(767만명)를 규모 면에서 압도했다.

여기서 Z세대는 1995년생을 제외하면 소득과 소비가 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1995년생만 M세대에 포함해 MZ세대로 지칭했다. 한은은 “MZ세대의 인구 비중이 2010년 38.7%에서 2020년 46.9%로 커졌다”며 “주력 소비세대로 떠오른 MZ세대의 소득, 자산, 부채, 소비 등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찾기 힘들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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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분석 결과 MZ세대가 우리 경제의 주력세대로 부상했지만 벌이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MZ세대(2018년 기준 24~39세의 결혼한 상용직 남성 가구주)의 2018년 근로소득은 2000년 같은 연령대의 1.4배로 집계됐다. X세대(40~54세)와 베이비붐 세대(55~64세)의 근로소득은 2000년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 각각 1.5배, 1.6배 늘었다. 이들과 비교하면 MZ세대의 근로소득 증가폭이 조금 작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의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도 2018년 현재 MZ세대의 근로소득은 1.07배로 X세대(1.08배)나 베이비붐세대(1.2배)보다 증가폭이 작았다.

생활비, 주거비를 제외하고 투자할 여윳돈도 얼마 남지 않아 MZ세대는 금융자산을 축적하기 어려웠다. 같은 기간 MZ세대의 금융자산은 2012년 동일 연령대 금융자산에 비해 일부(1.3배 수준) 높아지기도 했으나 전기간(2001~2018년)을 보면 증가폭이 거의 정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MZ세대의 은행예금은 2001년 같은 연령대의 은행예금과 비교해 2.6배 높아졌으나 베이비붐세대(6.1배)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크게 낮았다.

이번 보고서를 쓴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실 연구위원은 “MZ세대는 불황기에 처음으로 취직해 근로소득이 낮은 데다 생활비 등을 빼면 자산 축적을 위한 종잣돈 마련이 쉽지 않아 금융자산 축적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2012년부터 MZ세대 연령대가 투자를 위한 현금의 임시 보관처로 수시입출금식 은행예금을 선호하면서 은행예금과 금융자산이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MZ세대의 2017년 기준 총소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같은 연령대의 총소비와 비교해 1.03배 수준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소비성향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2017년 MZ세대 연령대의 소비성향은 총소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2000년 같은 연령대 소비성향 대비 0.9배 수준으로 떨어져 소득이 불어난 만큼 씀씀이가 늘어나지 않았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MZ세대 연령대가 여가 및 취미활동 등을 위해 필수소비를 절약하는 모습도 보였다. MZ세대 연령대의 필수소비는 2004년 동일 연령대 필수소비에 비해 0.85배 수준으로 줄어 X세대(0.91배), 베이비붐세대(1.0배 수준)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MZ세대가 짊어진 빚은 대폭 불었다. MZ세대의 2018년 기준 총부채는 2000년 같은 연령대에 비해 4.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X세대(2.4배), 베이비붐 세대(1.8배) 증가폭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총부채가 신용순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신용확장기에 MZ, X세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가구의 총부채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MZ세대의 부채가 많았다.

2017년 신용확장기 중 MZ세대의 최연장자인 1980년생의 총부채는 9800만원으로 2002년 신용확장기중 X세대의 가장 나이 많은 1965년생의 총부채(2230만원)의 4.4배나 됐다. 총부채 증가는 MZ세대가 주택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끌어다 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18년 MZ세대가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비율은 34.4%로 X세대(32.1%)와 베이비붐세대(19.6%)에 비해 높았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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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MZ세대의 차입금 조달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한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MZ세대의 가계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27%인 458조원 규모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1분기부터 2030세대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2020년 2분기와 4분기는 각각 10.2%와 17.1% 증가해 전체 평균의 2배를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2분기까지 1년 반 동안 은행권 가계대출이 평균 14.8% 증가하는 사이 20대는 35.2%, 30대는 23.7% 급증했다. MZ세대의 신용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2030 청년층 가운데 취약차주(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사람) 비중이 6.8%에 달해 다른 연령층(6.1%)을 웃돌았다.

다만 MZ세대는 노후 대비를 중시해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 보험을 2001년 같은 연령대보다 1.92배 더 보유했으며 증가폭도 X세대(1.72배)나 베이비붐세대(1.49배)보다 컸다. 최 연구위원은 “MZ세대가 우리 경제의 주력세대로 부상하고 있으나 이전 세대와 비교해 경제 여건이 취약하다”며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MZ세대의 소득증가·부채감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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