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0%포인트씩 연거푸 오를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의 예상을 뒷받침하듯 연방준비제도(연준) 내부에서도 빅 스텝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공개 연설을 통해 연준이 적절한 때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끝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0.50%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제시됐었다. 당시 빅 스텝을 주장한 유일한 사람은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인 제임스 블러드 위원이었다. 그러나 연준이 지난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 빅 스텝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졌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5월 FOMC 회의와 그 다음 달 회의에서 연거푸 빅 스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나아가 6월 이후 남은 4번의 FOMC 회의에서도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말까지 최소 2.25~2.50%로 올라가게 된다.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 = AP/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 = AP/연합뉴스]

씨티그룹은 향후 있을 5, 6, 7, 9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연속적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 중 한 번은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이 전망이 맞다면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올해 중 3.25%까지 상승한다. 지난번 통화정책 회의 직후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도 한 명의 위원이 기준금리가 연내 3.2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점도표 공개 당시 크게 주목을 끌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이런 전망에 익숙해진 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지난 두 주에 걸쳐 완만하게나마 상승세를 보였다. 장기간 증시가 침체를 이어온 탓에 지금이 투자에 나설 기회라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완만한 상승세 속에 주가 흐름이 종목별로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이나 미국 증시 모두에서 기업들의 이익이 침체에 빠져든다는 징후가 포착되지 않는 만큼 금리 상승에 대한 부정적 민감도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지수의 완만한 상승을 전망하면서 엔데믹(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 병이 풍토병으로 자리하는 것을 의미) 전환 관련주와 낙폭이 컸던 성장주 등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 노동길 연구원은 28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코스피 이익률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증시 조정을 확대할 재료는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코스피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완화에도 불구하고 크게 오르지 않는 원인으로 이익 추정치 하향을 지목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연준의 금리 인상 기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이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긴축 행보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다만, 연준은 향후 나오는 주요 경제지표에 주목하며 속도를 조절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주목되는 것이 이번 주에 발표되는 고용과 물가 관련 지표들이다. 그 첫째는 오는 30일 발표되는 3월 ADP고용보고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3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46만명 정도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달 집계치 67만8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월 고용 증가폭이 50만 내외로 확인된다면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 보고 있다.

이달 31일에는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공개된다. 근원 PCE 지수는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수다. 이 지수는 지난 1월 5.2%를 기록했었다. 2월 지수는 이보다 더 상승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5.5% 수준이다.

이 수치가 시장의 예상을 넘어선다면 연준이 차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볼 수 있다.

한편 28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8.76포인트(0.32%) 낮은 2721.22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등락을 이어갔다. 종가는 전장 대비 0.42포인트(0.02%) 하락한 2729.56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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