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식용유 공급 차질이 일부 시간대, 일부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누적되자 식용유 대란이란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공급 대란은 과장된 표현인 것으로 여겨진다. 아직 본격적으로 공급이 막히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고 있어서이다.

공급업자들은 식용유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이는 유통 과정 일부에서 나타나는 가수요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말한다. 업자들은 아직까지 제조업체 발주나 수급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금의 식용유 공급 차질 사태는 일부 자영업자들이나 일반 소비자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사재기에 나서는 탓에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식용유 공급사들은 식용유 재고량 2~4개월치를 확보해둠으로써 평소처럼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인도네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자 팜유 수출을 중단했지만, 우리나라는 말레이시아산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직 팜유의 경우에도 수급 문제를 겪지 않고 있다. 팜유는 과자나 빵, 케이크, 라면 등의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이처럼 가정용으로의 쓰임새는 적지만 팜유는 대두유(콩기름)의 대체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품목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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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연간 소비되는 식용유의 양은 114만t 수준이다. 이중 대두유와 팜유가 차지하는 양은 각각 60만여t과 20만여t 등이다. 소요되는 식용유 중 대두유 20만t과 옥수수유 4만t은 국내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부족분은 수입으로 메워진다.

공급업체들은 현재 콩기름 원료인 대두 수입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으며 기타 카놀라유, 올리브유, 해바라기씨유 등의 수급에서도 별다른 문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현 시점에서 식용유 가격을 인상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18일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용유 공급사들 간 회의에서 나온 발언 내용이었다. 식용유 공급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대두되면서 작년과 올해 2∼3월에 이미 식용유 소비자 가격을 인상했었다.

이날 회의에는 CJ제일제당과 롯데푸드, 농심, 오뚜기, 사조대림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식용유 수급 상황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공급사들은 회의에서 업소용 18리터 들이 식용유와 1.8리터 가정용 대용량의 주문량이 최근 2~3배로 늘어난 것과 관련, “가수요가 일부 유통망에서 발생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 식용유 공급 차질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전쟁 중인 두 나라는 대두보다는 옥수수나 해바라기씨유 공급량에서 세계적으로 큰 점유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옥수수유나 해바라기씨유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심화되면서 대두유 등 식용유 전반에 걸쳐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교란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공급 차질이 심화되자 각국은 식량 안보를 앞세우며 자국 생산 곡물에 대한 수출 제한 및 금지 조치를 앞다퉈 취하고 나섰다. 최근 CNN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경제연구소(PIIE)를 인용,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식료품 수출을 금지한 나라가 14개국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인도와 카자흐스탄·코소보·세르비아·이집트는 밀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네시아는 팜유에 대해, 아르헨티나는 대두유 및 대두 가루에 대해 수출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집트는 밀 외에 옥수수와 식물성 기름을, 알제리는 파스타와 식물유를, 쿠웨이트는 곡물과 식물유를 수출 통제 목록에 올려놓았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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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곡물 가격 전반에 걸쳐 상승 흐름이 나타났고, 대두 등 식용유 원료의 가격도 상승했다.

상승분은 앞서 언급한 대로 국내 물가에도 이미 반영돼 있다. 가격이 오르자 정부는 현재 식용유의 대종을 이루는 콩기름 값 안정을 목적으로 대두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할당관세는 수입품 일부 품목에 대해 적용하는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관세를 의미한다. 농식품부는 식용유 가격 안정을 위해 기타 관련 품목들에 대해서도 할당관세를 적용할지 고심하고 있다.

가격 조절뿐 아니라 수급 상황 점검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동요로 가수요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일을 차단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불안감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이 식용유 사재기에 나서는 바람에 오프라인 유통점과 온라인몰 모두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오프라인 유통업자들이 차례로 제한 판매에 돌입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불안감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농식품부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식용유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국내 공급망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관리·감독의 초점은 불안심리로 인한 사재기를 방지하는데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정부의 판단이 내려져 있기 때문이다.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정부는 민관 회의를 매주 1회 이상 열고 수급정보를 공유하면서 식용유 공급업체들과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또 가격 안정은 물론 공급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줄 요량으로 식용유 제조용 곡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범위를 넓혀가는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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