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업계에 기업인수·합병(M&A)의 큰 장이 섰다. 버거킹과 KFC, 맥도날드에 이어 최다 매장을 보유한 맘스터치도 하반기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주요 6대 햄버거 브랜드 가운데 롯데리아·노브랜드버거를 제외한 4개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새 주인을 맞을 채비에 나선 것이다.

투자은행(IB)과 햄버거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미국 맥도날드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한국 맥도날드 사업을 인수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미 맥도날드는 2006년부터 미국 외 지역에서는 현지 사업자에게 사업총괄을 맡기고 본사는 로열티만 받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바꿨다. 한국 맥도날드는 “한국에서 브랜드를 성장시킬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해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맥도날드는 미 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맥도날드의 매각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미 맥도날드가 한국 맥도날드 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매일유업과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 컨소시엄이 협상을 진행했지만 매각이 불발됐다. 6년전 매각가는 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맥도날드 매장. [사진 = AFP/연합뉴스]
미국의 맥도날드 매장. [사진 = AFP/연합뉴스]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버거킹의 한국·일본 사업권 매각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버거킹의 몸값을 7000억~1조원으로 예상한다. 어피너티는 2016년 한국 버거킹 지분 100%를 2100억원에 사들였다.

그동안 경기화학을 모태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성장해온 KG그룹은 삼정KPMG를 KFC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KG그룹은 2017년 KFC 한국법인인 SRS코리아 지분 100%를 500억원에 인수했다. 매각가는 1000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매장수(1352개)가 롯데리아(1330개)를 넘어선 1위 업체인 맘스터치도 하반기 중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맘스터치는 2019년 말 지분 56.8%를 인수한 국내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 절차를 마무리해 매각을 위한 준비작업을 마쳤다.

이들 브랜드가 매물로 나온 이유는 제각각이다. 어피너티는 2016년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부터 버거킹을 인수한지 6년이 지나 ‘투자회수’를 위해 매물로 내놨다. KG그룹은 2017년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털로부터 KFC를 사들였다가 실적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로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맘스터치는 지난 8일 태국 RS그룹의 신설 외식법인인 맘스터치 태국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뒤 연내 6개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매각전 ‘기업가치 높이기’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내 햄버거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외식업계와 달리 특수를 누렸다. 배달·혼밥문화 확산 속 프리미엄 버거시장이 생기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한국 맥도날드의 지난해 매출액(가맹점 제외)은 전년보다 9.7% 늘어난 8679억원을 기록했다. 가맹점 매출액까지 합한 매출규모가 1조원대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2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적자폭은 전년보다 줄었다. 버거킹은 매출액이 18.7% 늘어난 6784억원, 영업이익은 204% 늘어난 248억원을 기록했다. KFC는 2099억원의 매출액과 46억원의 영업이익을, 맘스터치는 3010억원의 매출액과 39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햄버거 매장. [사진 = AF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의 햄버거 매장. [사진 = AFP/연합뉴스]

햄버거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실적개선을 이끌어낸 만큼 하반기를 높은 몸값을 받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브랜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국내 햄버거 시장은 2016년 햄버거병 사태 이후 성장속도가 주춤한 상태다. 건설사부터 모피회사 등 다양한 기업이 햄버거 사업에 뛰어드는 바람에 매장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국 주요 햄버거 브랜드 매장은 지난해 기준 3500개에 이른다. 버거킹과 맘스터치가 지난 수년간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한 데 따른 것이다. 햄버거업계 관계자들은 매장수가 2025년 4000개까지 늘어나며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배달비 등 제반 비용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주식시장 침체로 기업 적정가치가 전보다 낮게 평가돼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국 맥도날드는 매출이 2019년 7248억원에서 2020년 7910억원, 지난해 8678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하지만 2019년 440억원, 2020년 483억원, 지난해 277억원 등 해마다 영업적자를 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 배달을 통한 매출이 증가하면서 배달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본사 기준에 맞는 품질 관리와 매장당 인원수를 유지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본사가 새 주인에게 재량권을 얼마나 주는지가 매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는 신메뉴를 개발하고 매장당 인원을 줄이는 등 경영상 주요 결정을 본사와 협의해야 한다. 미 맥도날드는 지분을 매각한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로열티와 품질 컨트롤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맥도날드는 이익이 아닌 매출액에 비례해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맥도날드는 2021년 543억원, 2020년 501억원의 로열티를 본사에 지불했다. 한국 맥도날드가 공식 입장에서 ’전략적 파트너‘라는 표현을 강조하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종을 불문하고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격화되는 탓에 매장수를 늘리며 공격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다”며 “추가적인 성장여력과 운용에 대한 참여 권한을 본사가 인수자에게 얼마나 허용할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FC는 본사인 미국 얌 브랜즈(yum! Brands)가 한국 시장에 맞는 신메뉴 개발 등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 턴어라운드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사의 품질 기준 등을 지키면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건 인수 후보들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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