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찬성 12명, 기권 10명, 반대 1명. 결과는 가결.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8차 전원회의를 열고 실시한 표결 결과다. 이로써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460원(인상률 5%) 많은 9620원(시급 기준)으로 결정됐다. 재적 27명 중 23명이 참석해 내린 결론이었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안건 내용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5명은 표결에 참여했다. 사용자위원들은 표결 선포 시점까지만 자리를 지킨 뒤 전원 퇴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 9명은 기권한 것으로 처리됐다.

표결 안건 9620원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것이었다. 이들은 노·사 양측의 의견이 워낙 큰 차이를 보이자 이를 최종안으로 제시한 뒤 표결을 제안했다. 이후 근로자위원 일부가 안건 내용에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표결이 진행됐다, 위원회가 이날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결 절차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 시한(6월 29일)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앞서 노·사 양측은 박준식 위원장의 요청에 응해 3차례에 걸쳐 요구안을 제시했다. 양측의 마지막 수정안은 각각 1080원(10% 인상)과 9330원(1.86% 인상)이었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을 월급(209시간 노동 기준)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5%는 올해(5.1%)에는 다소 못 미치고, 전년(1.5%)보다는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최근 5년 동안의 연도별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인상률 16.4%),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9%), 2021년 8720원(1.5%), 올해 9160원(5.1%) 등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 5년 평균치보다 낮은 것이었다. 이전 5년 동안 우리 최저임금은 6470원에서 올해 최저임금인 9160원으로 41.6% 상승했다. 5년 평균 인상률은 7.2%였다.

이번 결정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소상공인들이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 이뤄졌다.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웠다. 임금을 크게 올리면 기업들이 비용 증가를 이유로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올리고, 이 점이 또 다시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는 게 사용자 측 논리였다.

이번 결정을 두고 노·사 양측은 모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측에서는 특히 민주노총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이 표결을 거부한데서 읽히듯 이들은 “노동개악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근로자위원으로 이번 심의에 참여했던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인상률 5%는 실제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측은 위원회가 법정 시한을 맞추느라 서둘러 심의를 종료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불만은 사용자 측에서도 나오고 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의 지불능력이 고려되지 않은 채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은 “한계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은 5%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의 제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용자 측 위원들의 표결 당시 행동은 이번 결과를 유도했다고 해석할 여지를 안고 있었다. 이들 9명이 표결 선포 시점까지만 자리를 지킴으로써 의결정족수를 넉넉히 충족시켜준 것이 그런 정황을 말해준다. 만약 이들이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과 함께 미리 퇴장했더라면 최소 13명이 회의장을 이탈하게 돼 자칫 표결 자체가 무산될 위험성이 있었다. 최저임금법 규정상 최저임금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이뤄진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면 고용부는 그 내용을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고시 후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은 내년 1월 1일이다.

단, 고시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노·사 양측은 고용부 장관에게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만약 이의 제기가 있을 경우 고용부 장관은 그 내용이 합당한지 여부를 가리게 된다. 이의 제기가 합당하다 인정되면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아직까지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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