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 주 막판인 1일(이하 현지시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미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1%(전기 대비 연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시간 전망이라 시시각각 변화무쌍함을 드러내는 자료이긴 하지만 이는 투자자 분위기를 크게 위축시켰다.

애틀랜타 연은의 전망은 미국경기 침체에 대한 공식 선언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이 전망이 맞다면 미국 경제는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경기가 기술적 침체기에 진입했음을 말해준다.

같은 날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미국의 2분기 성장률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JP모건이 제시한 수치는 기존보다 1.5%포인트나 낮은 1%였다. JP모건의 보고서는 마이너스 전망은 아니었지만 미국 경제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말해주었다.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는 그러지 않아도 증시의 투자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고 있던 터였다. 침체 우려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강화 정책에 의해 한층 증폭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물가 관리가 워낙 다급한 과제로 떠오른 탓에 경기 침체는 웬만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따라서 현재로서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물가 동향이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정점을 찍었다는 신호가 언제쯤 뚜렷해질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 비로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 뉴욕증시에서는 주요 지수들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추세적 반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날의 반짝 반등은 장기간의 약세장에서 종종 나타나는 일시적 랠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뉴욕증시의 주가는 비교적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다. 지난 주 전반을 놓고 보면 뉴욕증시 주요지수들은 하락세를 연출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지수, 나스닥지수는 차례로 2.21%, 1.28%, 4.13% 하락했다.

4일 코스피지수는 뉴욕증시의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 분위기를 답습하는 듯한 모양새를 나타냈다. 전장 마감가보다 다소 높은 상태에서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이날 하루 동안 연저점(2291.49)을 수차례 경신하면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함에 따라 변동성이 큰 상태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국내 증시 분위기가 당분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들도 제기된다. 곧 시작될 2분기 실적시즌 탓이다. 분석가들은 이번 실적시즌 동안에는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전망이 줄줄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 점이 투자심리에 한 번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분기 실적시즌은 오는 7일 삼성전자의 잠정치 발표와 함께 본격적으로 개막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실적시즌은 미국에서도 다음 주 후반부터 주요 은행들의 발표를 필두로 본격화된다. 뉴욕증시 또한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런 국내외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내 주요 증권사 다수는 이번 달 중 코스피가 2200대 초중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각사가 제시한 7월 코스피 밴드 하한선은 신한금융투자 2200, KB증권 2230, 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케이프투자증권 2250 등이었다. 교보증권은 밴드 하한선으로 2350을 제시했다.

이번 주 증시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이슈 중 하나는 6일 공개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회의 의사록이다. 이를 통해 연준이 올해 남은 네 차례의 FOMC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조금 더 면밀히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궁금한 것은 매파들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표출됐는지이다.

지난달 FOMC 회의 직후 공개된 점도표에 의하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중간값이 3.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달 중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올린 뒤 남은 세 차례 연내 회의에서도 긴축 일변도의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 보고 있다.

7일과 8일 연이어 발표될 민간 및 정부의 미 고용보고서 내용도 주목할 대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6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폭은 25만명이다. 전달의 고용 증가폭은 39만명이었다. 전문가들 예상치는 미국의 고용 사정이 점차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이런 현상이 뚜렷해질 경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폭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할 6월 국내 소비자물가동향도 눈길을 둘 만한 요소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6%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를 밝혔었다. 국내에서는 환란이 한창이던 1999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집계됐었다.

한편 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5.31포인트 높은 2310.73에 거래를 시작한 뒤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결국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08포인트(0.22%) 하락한 2300.34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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