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섰다. 대외 및 대내, 공급 및 수요 측면 모두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져온 결과다.

문제는 소비자물가 상승 행진이 앞으로도 당분간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률이 7%선을 넘보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4.4%)와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상품·서비스 중심의 체감물가(7.4%)가 높다는 점도 큰 문제다. 전자는 물가 상승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후자는 서민층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년 100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6.0%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하기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국제유가 및 원자재난이 가중된 데다 국내적으로 일상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현상이 나타난 게 원인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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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물가 상승 배경에 대해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수요 요인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전히 대외적 공급 측면이 (물가 상승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바람에 수입물가가 크게 올라간 점도 소비자물가의 추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외환위기 당시이던 1998년 11월 국내 소비자물가가 6.8%나 올랐던 것도 환율과 관련이 있었다.

우리만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시중에 뿌려진 돈이 상당수 회수되지 않고 있는 점도 고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작년 9월까지 2%대에 머물러 있었다. 물가는 그 다음달부터 3%대로 올라갔지만 당시만 해도 고물가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소비자물가는 올해 3~4월 4%대에 이어 5월에 5.4%로 급상승하더니 마침내 6%대로 올라서기에 이르렀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방송에 출연해 예상했던 대로였다. 추 부총리의 전망은 올해 6~8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전망마저 보수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추석을 앞두고 여름철에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8%대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임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지적하면서 “7~8월 중엔 물가가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7~8%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선을 넘길 것이 거의 확실해진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제시한 연간 상승률 전망치 4.7%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4일 우리나라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당분간 국내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란 전망은 이달 1일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추가 인상된 것과도 연관돼 있다. 이번 인상분은 7월 소비자물가 산정에 반영된다. 전기·가스요금은 그 자체로는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공공서비스 요금에 이어 기타 상품 및 서비스 요금까지 광범위하게 밀어올리는 작용을 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6월 소비자물가를 주도적으로 올린 것은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였다. 두 품목의 상승 기여도는 3.24%포인트와 1.78%포인트였다. 이들 두 품목이 전체 물가 상승률 6% 중 5.02%에 관여했다는 뜻이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각각 9.3%, 5.8%였다. 공업제품이 상품 물가(8.5%)를, 개인서비스가 서비스 물가(3.9%)를 앞장서서 끌어올린 셈이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주요 구성 요소인 외식물가가 8.0%의 상승률을 보인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 6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1992년 10월의 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외식 물가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공업제품 물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 상승에 주로 기인했다. 지난달 경유는 50.7%, 휘발유 31.4%, 등유는 72.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 전체의 물가 상승률은 39.6%로 집계됐다.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의 상승률도 7.9%로 적지 않은 수준을 나타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은 공업제품보다 낮은 상승률(4.8%)을 보였다. 하지만 가뭄과 환율 상승 등의 여파로 전월(4.2%)보다는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상승폭이 컸던 것은 축산물(10.3%)이었다. 그 중에서도 수입 소고기(27.2%)와 돼지고기(18.6%)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농산물(1.6%) 중에서는 배추(35.5%)와 수박(22.2%) 등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말해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의 상승률은 4.4%를 나타냈다. 이는 2009년 3월의 4.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3.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의 범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식료품과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309개 품목으로 한정해 산출한 것이다.

생활물가지수는 7.4% 올랐다. 이는 환란이 한창이던 1998년 11월의 10.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가가 6%대로 올라섰다는 발표가 나온 이날 “앞으로는 제가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다짐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모두회의 발언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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