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이라는 논란을 무릅쓰고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로 단숨에 몸집을 키운 카카오그룹사의 시가총액이 반토막났다.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주 부진에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먹튀’ 논란, 대주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등 각종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주가가 내려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넵튠 등 카카오그룹의 5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지난 8일 종가 기준 5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회사 IPO에 힘입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29일(127조9000억원)보다 68조2000억원(53.3%)이나 쪼그라들었다. 불과 7개월여 만에 그룹사의 시총이 절반 이상 날아가 버린 것이다.

카카오의 시총은 같은 기간 41.8%인 22조9000억원(54조8000억원→31조9000억원)이 급감했다. 카카오페이 22조4000억원(31조1000억원→8조7000억원), 카카오뱅크 18조5000억원(33조4000억원→14조9000억원), 카카오게임즈 3조8000억원(7조7000억원→3조9000억원), 넵튠은 5000억원(9000억원→4000억원) 등 계열사 각각의 시총도 49.4∼72.0% 감소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성장주가 타격을 입은 탓이다. 미래실적이 더 주목받는 성장주는 통상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미래실적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성장성이 낮게 평가된다. 카카오 주가의 경우 같은 기간 41.6%나 곤두박질쳤고 라이벌인 네이버 주가도 35.6% 급락했다.

[사진 = 카카오 제공/연합뉴스]
[사진 = 카카오 제공/연합뉴스]

카카오 주가의 폭락은 하반기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주요 수익원으로 꼽혔던 카카오 모빌리티의 매각 추진이 확인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서 비롯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 평균치)는 8163억원으로 3개월 전(9071억원)보다 908억원 감소했다.

카카오는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 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카카오 모빌리티의 지분 10%대 매각을 통한 2대 주주로의 전환 등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를 지분매각할 경우 카카오는 수조원의 현금 확보와 모빌리티 사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규제 리스크의 최소화가 가능하지만 수익권으로 접어든 차기 성장동력의 한 축이 사라지는 만큼 장기 성장성 약화가 우려된다”며 “카카오 입장에서 모빌리티를 대체할 신규 비즈니스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지난해 12월 류영준 당시 대표 등 임원 8명이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 44만여주의 블록딜로 900억원을 챙기는 바람에 도덕성 논란을 불러 사흘간 14.4%가 떨어졌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지며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류 대표는 물러났다. 지난달에는 2대 주주인 알리페이 싱가포르홀딩스가 보통주 500만주를 대량 처분하면서 주가가 15.2% 급락했다.

사실 알리페이의 보유 지분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물량) 우려는 카카오페이 공모 당시부터 제기됐다. 카카오페이 상장 전 알리페이가 보유한 5102만주(45.0%) 중 3712만주가량이 상장 후 즉시 유통이 가능한 물량이었다. 여기에다 5월3일자로 의무보유 기간 6개월이 만료돼 추가로 유통 가능해진 물량도 1389만주에 달했다.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카카오페이 측은 “중국 앤트그룹(알리페이 모회사)은 카카오페이 2대 주주이자 전략적 투자자(SI)로 강력한 파트너십을 이어간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주가는 나흘간 27.9% 떨어졌다.

이에 경영진은 신뢰 회복과 책임경영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신원근 대표가 지난달 카카오페이 주식 1만50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전·현직 임원 4명도 2만3052주를 사들였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적으로 직접 자사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사진 = 카카오뱅크 제공/연합뉴스]
[사진 = 카카오뱅크 제공/연합뉴스]

하지만 지속적인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의 추가상장은 임원들의 자사주매입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11일 보통주 1만3766주가 스톡옵션 행사로 추가 상장됐다. 2월(6만6058주)과 3월(21만9928주), 4월(26만9625주), 5월(4만2542주), 6월(3만3921주) 등 올해 상반기에 스톡옵션 행사로 새로 상장한 주식수만 해도 63만2074주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상장 당시 1억336만7125주였던 카카오페이 주식 수는 현재 1억3251만5154주로 7개월 만에 3000만주 가까이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혁신 성장기업의 과도한 스톡옵션 부여는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우정사업본부가 카카오뱅크 보유지분(3.2%) 중 2.9%(1368만383주)를 블록딜로 처분한데 이어 12월에는 넷마블이 762만주를 처분하면서 주가가 고꾸라졌다. 카카오뱅크 역시 스톡옵션 행사로 올 들어 보통주 110만2200주가 추가 상장됐다.

카카오뱅크는 성장성에 대해서도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DB금융투자는 지난달 말 카카오뱅크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당시 주가(28일 종가 3만3750원)보다 낮은 2만4600원을 목표가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가 은행규제를 받는 만큼 은행의 성장논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강조하는 플랫폼 수익에 대한 의구심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충격으로 주가는 이달 초 한때 2만원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가까스로 3만원대를 회복했다.

코로나19 이후 카카오와 계열사의 소액주주가 적지 않게 늘어난 까닭에 카카오그룹사 주식의 주가 하락은 이제 카카오와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 소액주주 수는 3월 말 기준 202만2527명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공모주 열풍의 주역이었던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소액주주는 각각 75만8315명(지난해 말 기준), 29만1272명(3월말 기준)에 이른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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