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윤석열 정부가 세제 전반에 손질을 가한다. 핵심은 근로자와 법인의 소득에 대해 매기는 소득세 및 법인세의 과세체계를 손질하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직장인들의 이해와 직결되는 소득세제가 어떻게 바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유리지갑’을 지닌 직장인들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든 과세체계에 대한 불만을 가장 크게 품어온 부류다. 따라서 이들의 불만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잠재워줄 수 있을지가 소득세제 개편의 주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새 정부 세제 개편안의 윤곽은 이달 21일 발표된다. 세제를 총괄적으로 기획·운용하는 기획재정부의 수장인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세제 개편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는 아직 세제 개편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직장인들의 소득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기재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중산층과 서민층에 대한 세부담 경감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이 그 배경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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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추경호 부총리의 행보나 발언 내용들을 고려하면 새 정부는 소득세보다 법인세나 부동산 보유세와 관련된 세제를 손질하는 데 집중해온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엿보이지 않았다. 법인세 및 부동산 보유세 과세체계를 손질하면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 탓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번 지시로 기재부는 법인세와 상속세, 부동산 보유세 등에 더해 소득세 과세체계에도 유의미한 손질을 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체적 방향은 최고세율을 조정하기보다 하위 단계의 과세표준(과표) 구간을 재조정하는 쪽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엔 소득세 과세 하한선을 낮추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 소득자 중 37%나 되는 면세자 비율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세제 개편으로 초래될 세수 부족을 일정 부분 메우면서 과세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다.

근로소득자의 40%에 가까운 이들에게 소득세가 한 푼도 부과되지 않는 현실을 두고는 많은 이들이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과세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과세 하한선 조정보다 더욱 중요한 내용은 하위 과표 구간들을 재조정하는 일일 것이다. 현행 8단계 구간 중 하위 3~4단계 정도의 구간 경계를 다시 설정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현재 우리의 소득세 과세 체계는 문재인 정부 시절 두 번의 세법 개정을 거치며 만들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6단계인 과표 구간을 7단계, 8단계로 차례로 바꾸었고, 38%이던 최고세율도 42%, 45%로 번갈아 올렸다. 그러면서도 하위 구간들에 대한 간격이나 세율에는 별다른 손질을 가하지 않았다. 과표 구간 수를 늘리며 최고세율을 올림으로써 누진성을 강화했지만, 중산층 및 서민에 대한 세 부담도 동시에 강화한 셈이었다.

이에 따라 현행 소득세 과세체계는 과표에 6~45%의 세율을 적용하는 8단계로 이뤄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1200만원 이하 6%, 4600만원 이하 15%, 8800만원 이하 24%, 1억5000만원 이하 35%, 3억원 이하 38%, 5억원 이하 40%, 10억원 이하 42%, 10억원 초과 45% 등의 틀이 갖춰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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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방침은 이 중 하위 3~4개 과표 구간에 대해 주로 손질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간 경계선을 차례로 높이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현재 4600만원인 하위 2단계 구간의 상한을 6000만원으로 올릴 경우 과표가 6000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세율이 기존의 24%에서 15%로 낮아지게 된다. 자연스레 세금 부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세율을 조정하지 않아도 서민 및 중산층에 대한 세금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 물론 과표 구간 조정 외에 세율에 변화를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과세 하한선은 오히려 낮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줄일 것이란 얘기다. 이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원칙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큰 틀에서 보자면 소득세 개편의 기본 취지는 세제를 조세원칙에 맞게 정상화·적정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민 및 중산층에 해당하는 월급쟁이들은 그들에게 적용되는 과세체계가 지난 10년 이상 거의 변하지 않는 바람에 점점 가중되는 세 부담에 시달려왔다. 물가가 오른 만큼만 월급이 올라 실질적으론 임금이 늘지 않아도 구간 이동에 따라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일이 많았던 탓이다.

과표 구간 이동은 명목 임금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었다. 물가와 명목임금이 오르면 과표 구간별 상한도 그에 맞게 올라가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장기간 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 개편은 이 같은 불합리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월급쟁이들의 세금 부담 증가는 소득세수 규모 변화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거둬들인 소득세 규모는 2008년 36조400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114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이 무려 213%나 된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이 44% 증가한 것에 비하면 경이적 수준이라 할 만하다.

이를 두고 정부는 소득세 납세자 수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이런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건의문을 정부에 전한 바 있다. 건의문 전달 이유는 ‘경제 활력 제고’였다. 경총은 특히 물가와 임금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소득세 과세체계상의 저세율 과표구간(1200만~8800만원)에 대한 조정이 없었던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해당 구간의 상한을 높이는 쪽으로 소득세 부과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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