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각종 민생안정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주 발표된 ‘125조원+α’ 민생안정 프로그램이다. 지난 20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가 끝난 뒤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을 발표한 것도 그런 움직임의 일환이었다.

대기업에 비교적 큰 혜택이 돌아갈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 중산층을 포괄하는 소득세 감면 대책 등과 균형을 맞추려는 듯 민생안정 방안들은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방안은 각각 취약차주들에 대한 금융 지원과 서민 주거불안 해소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일련의 방안들에는 경제 활력을 제고하면서 동시에 경제활동에서 낙오될 위험성이 있는 이들을 보듬어 안으려는 취지가 담겼다. 이중 취약계층 지원 방안은 신용불량자 등의 발생을 최소화함으로써 추후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사회전체의 복리후생 수준을 높인다는 명분을 지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여러 방안 중 일부를 두고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의 틀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비의 중심에 있는 것은 부실차주가 된 소상공인과 저신용 청년에게 부채 원금 또는 이자의 일부를 감면해주겠다는 방안 등이다.

특히 청년 지원 방안과 관련해서는 코인이나 주식 등에 ‘영끌’ 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이들이 혜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래 청년들조차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의 방안은 만 34세 이하 저신용 청년이 투자 실패 후 빠져든 수렁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채무를 조정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9월 하순까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프로그램 적용 대상으로 선정되는 청년은 소득과 재산, 채무 정도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받는다.

이 방안이 공개되자 ‘영끌’ 투자와 무관한 청년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공정과 상식의 원칙에 맞는가’라는 게 다수 청년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불평등에 의한 불이익이 아니라 자기결정권을 지닌 대등한 경제주체로서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초래된 손실이라면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게 공정과 상식의 원칙에 부합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폐업한 소상공인 등 부실차주들에게 원금의 60~90%를 감면해주기로 한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상환 유예나 대환대출 지원 등을 넘어 원금 자체를 감해주는 것 역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김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정과 상식에 반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오류로 손실이 발생했다면 그 책임 정도를 꼼꼼히 따져 별도 지원책으로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게 합리적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등록임대주택사업 정상화 방안과 함께 제시된 청년 월세 지원방안도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이 방안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층에게 오는 11월부터 월 최대 2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중위소득 60% 이하 청년에 한해 1년 한도로 지원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 또한 제도 개선과 무관한 임기응변식 현금성 지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이상의 논쟁적 방안들은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벌어졌던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파동을 연상시킨다. 당시 다수의 청년들은 사회적 약자 지원이란 명분이 있다 할지라도 그 혜택이 특정한 일부에게 선택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반발했다. 우리 모두는 특히 인천공항공사처럼 인기 있는 공기업의 정규직에 도전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온 청년들이 남다른 분노를 표출했던 사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정치권이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청년층들에게 있어서 공정과 상식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기회의 평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면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결과는 저절로 따라붙기 마련이다. 이 때 나타나는 결과의 차이는 각자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함으로써 추후 발생할 사회적 불안과 비용의 크기를 줄이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남들이 땀 흘려 얻은 과실을 나누어 떠안겨주는 방식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 누구든 스스로 과실을 수확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지원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방향으로 정책이 수렴돼야 모럴 해저드는 물론 사회 구성원들의 성취동기 훼손이라는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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