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민 순자산 2경원 돌파를 눈앞에 두었다. 주택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6000조원을 넘어섰을 만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1년 국민대차대조표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 국민의 순자산은 2020년보다 11.4%(2029조9000억원) 늘어난 1경9809조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국민대차대조표는 연말 기준 가계·기업·정부 등 우리나라 경제주체가 보유한 국내외 자산을 모두 합친 국부(國富)를 가늠하는 일종의 회계장부다.

국민순자산은 비금융자산(실물자산)과 순금융자산을 합한 개념이다. 부동산이 대부분인 비금융자산은 전년보다 10.3%(1778조1000억원) 증가한 1경9026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중 토지자산(1경680조원)은 전년보다 10%(971조원) 늘어났다. 지난해 토지자산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배율은 5.2배로 전년(5배)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보다 토지의 자산가치가 5.2배 높다는 뜻이다. 지난해 GDP는 6.7% 늘어난 데 비해 토지자산은 10% 증가했다. 건물(주거용+비주거용)자산도 4061조원으로 전년보다 13%(467조원) 늘어났다. 전체 비금융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7.5%로 전년(77.1%)보다 소폭 커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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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2경1073억원)에서 금융부채(2경291조1000억원)를 뺀 순금융자산은 78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금융자산은 전년보다 47.5%(251조8000억원)나 불었다. 다만 순금융자산이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에 불과했다. 금융자산은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645조원), 현금 및 예금(434조원) 위주로 19.8%(1889조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내놓은 ‘2021년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6379억 달러로 전년(4661억달러)보다 1718억 달러 늘어났다. 종전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9년(5178억 달러)보다 1201억 달러가 많다.

이번 국민대차대조표의 순대외금융자산은 6596억 달러로 더 늘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대폭 늘어난 것은 해외 주식투자가 늘어난 가운데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18.7%, 나스닥은 21.4% 올랐으며, 유럽 증시도 21% 상승했다. 지난해 해외투자 열풍이 국부를 늘린 셈이다.

지난해 국민순자산 증가폭(11.4%)은 2007년(13.3%) 이후 가장 컸다. 국민순자산 규모는 명목 GDP의 9.6배로 2020년(9.2배)보다 GDP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국민순자산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부동산 등 보유자산의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국민순자산 증감요인을 보면 자산 순취득액이 317조원이었고, 자산가격 변동 등으로 늘어난 액수가 171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새로 자산을 사들여 부를 늘린 게 아니라 보유중인 부동산 등의 가격이 올라 자산이 불어났다는 뜻이다.

지난해 부동산 등 자산의 보유손익은 1371조6000억원(명목 기준)으로 전년(960조1000억원)보다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가격상승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비금융자산 가격은 전년보다 8.2% 올랐는데 2007년(10.2%) 이후 가장 오름폭이 컸다. 이병창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대차대조표(B/S) 팀장은 “건설자산(주택 등 건물자산 포함), 토지자산, 순금융자산이 지난해 전체 국부 증가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 한국은행 제공]
[그래픽 = 한국은행 제공]

지난해 국내 주택(주거용 건물과 부속 토지를 합친 것)의 시세를 합한 주택 시가총액은 6534조18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4.1%(808조4489억원) 늘어난 것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15.5%)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문재인 정부 5년(2017~2021년) 동안 주택 시가총액은 2220조1642억원 증가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지난해 말 기준 2203조원)과 비슷한 규모로 전체 주택 시가총액의 33.9%가 문재인 정부 재임 기간 내 늘어났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출범한 정부 중 가장 큰 폭의 수치다. 역대 정권 주택 시가총액 증가 폭을 보면 △김대중 정부 351조3750억원 △노무현 정부 1205조6250억원 △이명박 정부 748조48억원 △박근혜 정부 737조3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주택 시가총액 증가율로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51.5%로 박근혜 정부(22.3%)와 이명박 정부(29.6%)의 2배 수준이다.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은 노무현 정부(91.2%)가 기록했고 김대중 정부는 36.2%였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며 가계(비영리 단체 포함)가 보유한 순자산도 1경1591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8%(1132조9000억원) 증가했다. 가구당 순자산은 5억4476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5억451만원)보다 8% 증가한 규모다. 일반 가계 외에도 비영리단체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통상적 의미의 가구가 보유한 자산 규모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가계의 순자산 중 75.3%는 부동산이다. 영국·프랑스보다 낮고 미국·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아파트 등 주택이 52.6%(6098조원), 주택 이외 부동산은 22.7%(2626조원)였다. 현금·예금 18.5%(2139조원), 보험 등 12.9%(1498조원), 지분증권·투자펀드 9.8%(1134조원) 등의 순이다. 가계가 보유한 재산이 특정 영역(부동산)에 지나치게 쏠려있을 경우 외부 충격으로 인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가계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인 1인당 가계 총처분가능소득(PGDI) 대비 가계 순자산과 부동산 배율은 각각 10배와 7.6배다. 전년에는 각각 9.5배와 7.1배였다. 지난해 1인당 PGDI는 2231만원으로 전년보다 5.3% 증가했는데, 이보다 자산증가 속도가 빨랐다. 소득보다 자산보유에 따른 자산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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