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7월 한 달간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들은 제각각 10% 내외의 상승률을 보였다. 코스피 역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5%가량의 지수 상승을 맛봤다. 직접적이고도 가장 큰 원인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 취지 발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파월 의장은 지난 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그 같은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파월 의장은 회견 당시 “다음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는 발언도 함께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속도 조절론’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이는 뉴욕증시의 7월 상승분 절반 정도가 7월 FOMC 회의 이후 수일 사이에 실현된 사실을 통해 입증됐다.

분석가들은 물가정점론의 재확산과 경기침체 공포감 완화도 시장 분위기 변화에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물가정점론이 단기간에 현실화되지 않거나 미국의 경기침체가 공식화될 경우 시장 분위기는 급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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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서 연준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는 미 정부나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을 통해 수차 강조된 바다. 하지만 미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이 -0.9%(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되면서 경기침체가 공식 선언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를 긴축 속도 조절론과 연계시키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8%의 상승률을 보였다. 40년래 최고 수준이다. 근원 PCE 지수 상승률도 4.8%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금의 물가 상승세가 단순히 국제유가 상승 등 일시적 변수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물가지표다.

따라서 연준이 언제 매의 발톱을 매섭게 드러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주요 지표들의 변화 추이에 따라 연준은 언제든 긴축 고삐를 더 조일 수 있다. 전문가들 다수도 지금의 증시 상황을 ‘베어마켓 랠리’로 평가하고 있다. 약세장 속에서 일시적 반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의 뉴욕증시 흐름은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타나고 있는 것과도 연관돼 있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은 여전히 인력 조정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연준의 연이은 금리인상 조치가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낼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연준의 긴축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지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을 따름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 툴이 최근 추산한 바에 따르면 연준의 9월 FOMC 회의에서 결정될 금리 인상폭은 0.50%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0.75%포인트 인상이 결정될 확률이 26%로 낮아진 반면, 0.50%포인트 인상 확률은 74%로 높아졌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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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보다 조심스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내 증시에서도 베어마켓 랠리로 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주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으로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실현됐지만 별다른 동요는 나타나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의 특별한 상승 움직임도 없었다. 오히려 코스피에서는 7월 들어 진행돼온 외국인의 순매수 행보가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금리역전 심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 차이가 관건이다. 현재로서는 연준과 한국은행의 다음 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결정될 금리인상 폭은 각각 0.50%포인트, 0.25%포인트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은은 이달 25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은 다음달 20~21일 각각 정례 통화정책 회의를 소집한다. 예상대로 갈 경우 다음 달 중 한·미 간 금리역전 폭은 0.50%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이번 주 관심을 둘 만한 사안은 2일 발표되는 7월 국내 소비자물가와 5일 공개될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다. 이를 통해 국내 물가의 정점이 어디쯤인지, 경기침체 논쟁의 변수가 될 미국의 고용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2일 있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연설도 관심을 끌 사안이다. 불러드 총재는 FOMC 회의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소수의견을 내는가 하면 매파적 발언을 함으로써 종종 시장을 긴장시키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편 1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7.45포인트(0.30%) 내린 2444.05에서 출발해 비교적 작은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 대비 0.75포인트(0.03%) 상승한 2452.25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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