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산적한 글로벌 악재 속에서 반사이익을 즐기는 기업들이 있다. 은행과 석유회사들이 그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은 감염병 사태와 전쟁 등에서 비롯된 공급망 혼란과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기조, 고유가 등을 발판 삼아 역대급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시쳇말로 이익을 ‘줍줍’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언이폐지하여, 세계 시민을 불행하게 만든 환경이 이들 기업엔 호재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기업의 활동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양해되는 건 아니다. 기업윤리 측면에서 보자면, 이익 추구 과정에서 과도한 탐욕이 개입됐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남들의 불행을 토대로 이익을 얻을 땐 삼가는 자세를 가져야 하건만, 일부 기업들은 얼씨구나 잔치판을 펼침으로써 반감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그들의 잔치판은 상생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사회 전반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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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놓고 잔치판을 벌여 빈축을 산 것으로 치면 은행들만한 곳이 없을 듯하다. 그들의 염치없는 잔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자료에 의하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임원들은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성과급만 1083억원을 수령했다.

해당 기간에 성과급을 받은 임원은 총 1047명이었다. 수령자 수와 성과급 총액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이 기간 중 우리은행은 455명의 임원에게 도합 347억40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4대 시중은행 중 수령자 수와 성과급 총액 모두가 가장 적은 하나은행의 경우엔 136명에게 183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2020년에만 12억원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매달 성과급으로만 1억원씩을 받은 꼴이다. 우리은행은 같은 해에 임원 한 명에게 최대 6억1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퇴직 임원에게 지급한 장기 성과급 등을 포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실상의 최대 성과급은 2억9000만원이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해명 내용이 맞다 할지라도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도긴개긴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 탓에 커져가는 대출금 이자 부담에 신음하는 차주들로서는 그들의 돈 잔치에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은행들의 ‘돈장사’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비판의 목소리는 감염병 사태 와중에 풀어놓은 돈을 회수하느라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하게 올리면서 더욱 커졌다. 코픽스 금리 산정을 통해 대출금리를 정한다고는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빌미 삼아 대출금리는 크게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작게 인상해 예대마진을 키운 게 원인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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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0년 7월까지만 해도 0.50%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그해 8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 지금은 2.25%까지 올라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지난해 분석에 따르면 한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연간 17조5000억원 늘어난다. 금융부채를 안고 있는 가구당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연간 149만원 정도였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가계대출에 강한 제동을 건 것조차도 은행들은 호재로 삼았다. 정부정책에 호응해 대출문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우대금리를 축소함으로써 또 한 번 예대마진을 키운 것이었다.

석유회사들도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그에 따른 고유가 현상을 틈타 큰돈을 번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 회사가 남들의 불행을 호재로 이용해 과도한 이익을 취한 것을 두고도 부도덕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석유회사들의 초과이익에 대해 적극적인 비난을 퍼붓는 인물 중 대표적인 이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다. 그는 석유회사들이 에너지 위기를 틈타 “가난한 사람과 공동체의 등 뒤에서” 기록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을 두고 “부도덕한 일”이라 지적했다. 나아가 석유회사들의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을 따로 매겨 사회를 위해 쓸 것을 촉구했다. 일부 국가에서 도입됐거나 논의되고 있는 일명 ‘횡재세’를 석유회사들로부터 거두자는 얘기였다. 구테흐스 총장의 이 같은 주장은 글로벌 석유회사 중 ‘빅5’가 올해 2분기 중 거둬들인 합산 이익만 600억 달러(약 78조5400억원)에 이르는 현실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유를 주업으로 삼는 국내 석유기업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임금이 일상화돼 있는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은 2분기에 각각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챙겼거나 챙길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이들 정유사들은 돈 잔치 행각은 논외로 치더라도 지구환경 파괴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원초적으로 비난받을 여지를 안고 있다. 이 점이 내부 잔치를 극도로 자제하면서 이익의 사회 환원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하는 기본 이유다.

고유가와 환경 파괴의 피해를 더 크게 받을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이 어떻게 이익을 나눠야 하는지도 자명해진다. 고금리의 고통을 더 크게 느낄 대상 또한 취약계층이라는 점에서 은행들이 취해야 할 행동 방향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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