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회사에 접수된 금리인하 요구 4건 중 대략 3건이 거절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이자장사로 주로 돈을 버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임원들은 지난 3년간 1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은행들이 급격한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차주들의 금리인하 요구는 외면한 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 요구권은 모두 88만2047건이다. 이 가운데 23만4652건을 받아들여 수용률은 26.6%에 그쳤다. 2020년(28.2%)보다 1.6%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2018년(32.6%), 2019년(32.8%)과 비교해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은행권의 금리인하 요구권이 수용된 대출액은 8조5466억원으로 전년(10조1598억3600만원)보다 1조6132억3600만원 줄었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대출자가 취업이나 정규직 전환, 급여 인상, 전직, 승진 등으로 상환능력이 개선됐다고 판단할 때 금융사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2002년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운영을 시작했고 2019년 법제화된 이후 비대면으로 신청·약정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개선됐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금융사 영업점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금융사는 10일 이내 결과 및 사유를 전화·서면·문자메시지·이메일·팩스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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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NH농협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 요구권은 17만8088건으로 전년(5만7586건)보다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 중 은행이 금리인하 요구권을 받아들인 비율은 7만560건으로 전년(3만3027건)보다 배 이상 늘어나는데 그쳤다. 5대 시중은행의 수용률을 보면 신한은행이 33.3%로 가장 낮았고, KB국민은행도 38.8%로 수용률이 저조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58.5%, 63.0%로 수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NH농협은행이 95.6%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2020년부터 비대면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 왔다”며 “편리하고 간편하게 금리인하 요구가 가능해져 다른 은행보다 접수된 건수가 월등히 많아 수용률이 낮게 나왔지만, 수용액과 수용금액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고 주장했다. 

지방은행의 경우 광주은행의 수용률이 22.7%로 가장 낮다. 경남은행 23.1%, 부산은행 24.8%, 제주은행 36.7%, 대구은행 38.9%, 전북은행은 40.2%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용률은 케이뱅크 12.3%, 카카오뱅크 25.7%였다. 저축은행 주요 10개사의 지난해 수용률은 평균 63.5%였다. OK저축은행이 95.7%로 수용률이 가장 높았고, 웰컴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이 각각 93.2%, 74.3%로 비교적 높았다. 이에 비해 상상인저축은행은 수용률이 5.0%로 가장 낮았다. 카드사의 수용률은 평균 50.6%다. 우리카드가 77.5%로 가장 높았다. KB국민카드 69.7%, 신한카드는 53.4%로 절반을 넘었다. 현대카드 46.0%, 롯데카드 41.7%, 하나카드 38.5%, 비씨카드 36.9%, 삼성카드는 36.8%로 수용률이 저조했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금융사의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를 위해 금융사에 운영실적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 등 4개 업권은 각 협회나 중앙회를 통해 올해 상반기 실적부터 알려야 한다. 또 금리인하 요구에 대한 심사기준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각 금융사 내규에 명확하게 반영되도록 했다. 금리인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경우 신청인이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문구에 따라 알리도록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제도 개선안이 실제 금융회사 영업 창구에서 차질 없이 운영되는지 계속 점검해 미흡한 점을 개선하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은행이 신용점수가 향상된 대출자에게 금리인하 요구권을 별도로 수시 안내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4대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려 번 돈으로 임원들에게 거액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차주 부담이 커지고 있는 판국에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이 같은 날 국회 정무위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4대 시중은행 임원들이 수령한 성과급은 모두 1083억원이다. 2020년에 414억원을 받았고, 2021년에는 403억원, 올해는 5월까지 264억원을 받았다. 성과급을 가장 많이 준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2020년부터 347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국민은행은 299억원을, 신한은행은 254억원, 하나은행은 183억원을 각각 줬다.

이 기간 동안 성과급을 받은 4대 시중은행 임원은 1047명이다. 우리은행 455명, 신한은행 238명, 국민은행 218명, 하나은행은 136명이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2020년에만 12억원의 성과급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같은 해 우리은행 임원은 최대 6억1000만원, 하나은행 임원은 최대 5억원, 신한은행 임원은 최대 3억11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의원실에 제공한 수치는 퇴직 임원에게 지급한 장기 성과급 등을 포함한 것”이라며 “이를 제하고 다른 은행과 동일한 기준으로 산정하면 해당 기간 동안 221명에게 176억원을 지급했으며, 최대 성과급은 2억90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4대 시중은행들이 지난 3년간 주로 이자마진으로 순익을 냈다는데 있다. 대출금리를 올려 차주들에게 금리부담을 지우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줬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서민들은 이자 상환도 어려운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했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연간 10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국민적 눈높이에 맞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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