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다음 달 말부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받은 연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6.5%(보증료율 포함) 이하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치솟는 바람에 이자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자격조건이 까다롭고 개인사업자 대출에 한정돼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금리대출 상환부담을 낮추기 위한 저금리 대환(대출 갈아타기)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지난달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개한 80조원 규모의 자영업자 금융지원 방안 중 하나로, 코로나19로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다가 불가피하게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로 밀려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금리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기본취지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9년 말 자영업자 사업자대출 잔액은 456조6000억원이었으나 올해 6월 653조4000억원으로 43.1%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15.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증가세다.

금융위는 오는 9월말부터 지원을 시작해 내년 말까지 8조5000억원 규모를 공급하기로 했다. 7% 이상 고금리에 대출받은 48만8000건(잔액 기준 21조9000억원)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가운데 40%인 20여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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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 프로그램 한도는 개인사업자 5000만원, 중소 법인은 1억원이다. 대환 건수는 상관없다. 한도 내에서 여러 건의 대출을 갈아타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자영업자가 저축은행 3곳에서 각각 3000만원, 1000만원, 1000만원씩 연 7% 이상의 고금리로 돈을 빌렸더라도 전체 대출액은 5000만원을 넘지 않은 만큼 모두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대환 프로그램은 지난 5월31일까지 받은 대출만 가능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5월 말 종료한 까닭이다. 5월 말 이전에 받은 대출을 6월 이후 갱신한 경우도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상환 기간은 총 5년으로 2년 거치 후 3년간 분할 상환하면 된다. 대출금리는 은행권 기준으로 연 1% 보증료율을 포함해 최고 6.5%다. 금리는 거치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처음 2년간은 최고 연 5.5% 고정금리로 하고, 3∼5년차에는 협약금리(은행채 AAA 1년물+2%포인트)에 상한선 연 6.5%를 적용했다. 향후 시장금리가 낮아질 경우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단 연 6.5%라는 금리 상한선은 비은행권에서 은행권, 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옮겨가는 대출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비은행에서 비은행으로 갈아타는 대출의 경우 금리 상한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두 자릿수 금리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보다 싼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은행권(2금융권 포함)에서 10%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은 건수는 28만7572건(대출 잔액 6조3747억원)에 이른다. 이 중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연 15% 이상 초고금리로 대출받은 건수는 64%를 차지한다.

문제는 대환 프로그램의 자격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어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금을 받은 차주 중 정상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상공인·소기업(평균 매출액 10억~120억원 이하)이다. 대환 프로그램 지원을 받으려면 우선 손실보전금 등 재난지원금(방역지원금 포함), 손실보상금을 수령했거나 6월 말 현재 금융권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받은 사실이 있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차주여야 한다. 현재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어 저금리 대환 자금을 갚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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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임대·매매, 금융, 회계, 세무, 보건 등 소상공인 정책자금 제외 업종은 기존과 동일하게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 다만 가게를 폐업했거나 연체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부실 차주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조정 절차를 밟게 한다는 게 금융위의 복안이다.

대환 프로그램 대상도 사업자대출로 제한된다.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사업자 대상으로 금융권에서 설비·운전자금 등 사업자대출을 받은 경우다. 화물차, 건설기계 등 상용차 관련 대출은 사업목적 대출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고 개인대출(할부 포함)이더라도 대환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거·임대목적 부동산 대출을 비롯해 승용차 구매, 스탁론(주식매입 자금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장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등 사업목적 대출로 판단하기 어려운 대출은 제외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자대출은 용도 파악을 하지 않지만 너무 걸러낼 경우 정책 효과가 축소되는 측면이 있다”며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빌렸을 경우 원칙적으로 (대환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환 프로그램 대상이 되는 금융사는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여전사(신용카드·캐피탈사), 농협 등 상호금융, 보험사다.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경우는 제외된다는 뜻이다. 빚에 쪼들려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개인 신용대출을 끌어다 쓴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각종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는 “코로나 때 매출이 낮아 2금융권 개인신용대출로 버텼는데 대환 프로그램이 안 된다고 하니 힘이 빠진다” “급하니까 신용대출 받은 건데 사업자대출만 된다니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다” 등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금융위 측은 “자영업자가 사업자대출 외에 개인대출을 받아 사업용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개인대출은 주택 등 개인용도인지 아니면 사업목적으로 활용했는지 확인이 어려운 만큼 부득이 지원 대상에 포함하지 못한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대환 프로그램 신청은 다음 달 말부터 내년 말까지 은행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 등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받는다. 고령자 등 비대면 신청이 어려운 경우 은행 영업점에서 대면 접수도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릴 것을 감안해 사업자번호 끝자리 기준의 5부제 등을 활용해 신청시점을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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